소위 대학 살생부라 불리는 대학 기본역량 진단 1단계 가결과가 나오면서 대학이 개강을 앞두고 분주해 지고 있다. 대학들이 대학 기본역량 진단 등 정부의 평가에 목매는 가장 큰 이유는 짐작하다시피 정부 재정 지원이 주요한 이유다. 등록금 의존율이 높은 국내 대학들이 최근 등록금 경감에 동참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정부의 재정 지원에 영향을 크게 받은 탓이다. 대개의 사립대학들은 공공 재원 중 하나인 중앙정부의 대학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설문조사도 이와 관계있다. 이미 지금의 사립대 재정 상황은 심각함을 넘어 우려의 수준이다. 정작 문제는 정부의 재정 지원이 교육의 질과 연결된다는 그것이다.

사립대의 우려처럼 정부의 지원이 줄어들면 먼저 각 학과에 지급되는 학과별 예산을 줄이는등의 자구책 밖에 방법이 딱히 없다. 더구나 이공계학과나 특수학과의 비중이 높은 대학들은 실습 예산이 절대적이란 사실만 기초해도 그렇다. 여러번 알려졌듯이 예산 부족으로 낡은 기자재 실습 도구들을 사용하다가 위험에 처하는 상황도 우리는 종종 목격한 바 있다. 물론 정부 역시 이런 대학의 재정난에 대한 볼멘소리가 확산되면서 대학 재정 지원사업 지원 방식을 일반 지원 방식으로 개편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축약하자면 정부 중심의 대학 재정 지원사업을 넘어서 대학 자율성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란 뜻이다.

그럼에도 대학은 이런 정부 예상과 별개의 생각을 지니고 있다. 이번 개편이 순수한 의미의 지원 정책이 아니라 구조개혁을 가속하려는 배경에서 마련된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무한 경쟁으로 인한 대학들의 어려움이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믿고 있으면서다. 알다시피 지금의 정부는 대학 교육까지 국가가 책임진다는 차원으로 고등교육 재정규모를 OECD 평균인 국내총생산의 1.1%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물론 학령인구의 감소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지만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의 예산 규모는 OECD 평균보다 크게 떨어지면서 대학의 특성화와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한 안정적 재원 마련에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다.

결국 위기의 대학들이 해외 진출마저 목전에 두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아마도 당분간 이러한 흐름은 학령인구 감소, 대입정원 감소등과 맞물려 더 증가할 전망이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국외캠퍼스와 국외분교 유형으로 해외에 진출한 국내 대학은 나타나지 않는 등 구체적 승인기준이나 성공 사례 부족이 분명해서다. 물론 해외진출 여부는 대학이 결정할 얘기지만 해외캠퍼스 난립을 막기 위해 정부는 엄격한 승인의 잣대를 만들어야 한다. 다른 나라의 그것을 보더라도 고등교육 질 보장기구의 규정을 두고 교육시설을 해외에 설립하거나 파트너 교육기관을 통해 수출하고 있다. 국내보다 엄격해야 할 이유다. 어쩔 수 없는 학령인구 감소가 대학내 여러 직업군마저 판도를 바꾸고 있다. 하지만 적응해 나가야 할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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