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절대평가 무산에 학점제·성취평가제 연기…고교체제 개편은 헌재 손에 달려

▲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수능전형비율 30% 이상 확대 권고, 국어ㆍ수학ㆍ직업탐구에 공통+선택형 구조 도입 등을 내용으로 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교육부가 17일 내놓은 고교교육 혁신방향을 보면 현 정부는 그간 추진한 여러 교육정책을 사실상 차기 정부로 넘겼다.

교육현장에서 도입 목소리가 큰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의 경우 사실상 2022학년도 입시에서 일부 과목만 시범 도입하는 모양새가 됐다.

성취평가제는 고교 내신을 A, B, C 형태의 개인 성취도로 나타내는 일종의 절대평가다. 일선 고교에서 시행되고 있지만, 대학이 입학전형을 할 때는 상대평가 방식의 성적을 쓴다.

입시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고교 내신 성취도는 사실상 무용지물인 셈이다.

정부는 내신 부담을 줄이고 줄세우기식 평가를 지양한다는 취지로 성취평가제 확대를 시도해 왔다.

하지만 자칫 자율형사립고나 외국어고를 비롯한 특목고 쏠림 현상이 생길 수 있고 대학 입시에서 내신성적의 변별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 그간 도입을 보류해왔다.

교육부는 2019년 고1부터 '진로선택과목'의 경우 성취평가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진로선택과목은 고2∼3 때 수강하는 심화과목이라 실제로 학생들은 2020년 이후부터 절대평가 성적을 받게 된다.

이렇게 되면 석차등급 대신 시험에서 학생이 받은 원점수와 평균, 성취도, 해당 과목 수강자 수 등을 갖고 대입전형을 치르게 된다.

전면 도입은 2025년 고1부터다.

2022년에 도입될 것으로 알려졌던 고교학점제 도입도 2025년으로 밀렸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수강하고 일정 수준의 학점을 채우면 졸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수능의 영향력이 커지면 수능과 관련 있는 과목이, 내신이 상대평가일 경우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받기 쉬운 대규모 강의가 인기를 끌 가능성이 크다.

수능이 상대평가로 유지되고 내신 성취평가제 도입이 지지부진해지면서 고교학점제 도입도 함께 밀리는 셈이다.

교육부는 올해 105개의 연구·선도학교에서 고교학점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22년 상반기에는 적정 졸업학점과 기준 등을 설정하고, 과목 개설을 활성화하기 위해 교육과정을 개정한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에 알맞은 새 교육과정을 개발해 2022년 상반기에 교육과정을 바꾼 뒤 2025년 고1 학생들부터 학점제를 적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교육과정 개정도 대입개편 못지않게 논란이 일 수 있는 사안인 데다 상당 기간 논의를 거쳐야 하는 작업이다.

차기 대선이 치러지는 2022년 상반기에 교육과정을 개정한다는 점에 대해 교육계에서는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고교체제 개편의 경우 사실상 교육부가 아닌 헌법재판소의 손에 달려 있다.

앞서 교육부는 일반고보다 신입생을 먼저 선발해 온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가 일반고와 같은 후기전형으로 학생을 뽑도록 하고, 자사고·외고·국제고 지원자가 일반고에 이중지원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나 헌재는 평준화 지역에서 자사고·외고·국제고 지원자가 일반고에 이중지원하지 못하도록 한 법 조항의 효력을 정지시켜 달라는 자사고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헌재가 본안소송에서도 자사고의 손을 들어준다면 고교체제 개편에도 빨간불이 켜지는 셈이다.

교원단체의 한 관계자는 "결국 현 정부의 주요 공약이 모두 2025년 이후로 밀린 셈"이라며 "이처럼 중요하면서도 민감한 사안을 차기 정부로 넘긴다는 것은 사실상 포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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