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년 만의 최강 폭염이라더니 덥긴 더웠나보다.

대표적 보수집단으로 꼽히는 공무원들, 그것도 남성 직원들이 맨다리를 절반이나 드러낸 반바지 차림으로 출근하는 걸 보면.

약 10년 전 정부의 '쿨맵시 캠페인'도, 지난해 여름까지 계속된 여러 지자체의 '쿨비즈 캠페인'도 셔츠 긴소매를 반소매로 바꾸거나 넥타이는 풀게 했지만 반바지 문화를 정착시키진 못했다.

그런데 요즘 수원시청에 가보면 일부 간부급 직원은 물론 팀장 이하 직원까지 반바지를 입은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데다 이에 대한 긍정적 여론도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물론 '반바지 열풍'을 선도한 염태영 수원시장의 공도 컸다.

이달 초 반바지 시정에 돌입한 염 시장이 SNS에 올린 "저만 입은 것 같아 쑥스러우니까 동참해 주세요"라는 글은 직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반바지 열풍이 부는 곳은 수원시 뿐만이 아니다.

부천시는 전 부서에 '시원차림 복장 시행'이라는 공문을 뿌려 직원들의 간편한 옷차림을 권장했다.

반바지는 물론 샌들 착용까지 허용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쿨비즈(Cool·시원하다, Business·업무)' 운동이 벌어진 건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약 10년 간 중앙정부는 물론 여러 지자체가 여름만 되면 반바지 착용을 허용해 시원한 근무환경을 유도했지만 이듬해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수원시도 5년 전 반바지 착용 등 '쿨비즈' 확산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민원인 불쾌감 우려', '윗사람 눈치' 등이 주된 이유였다.

지금도 이러한 이유들은 여전하다.

실제로 시민들은 아직까지 시·구청을 찾았다가 불친절한 일부 직원 때문에 발을 돌리기도 하고, 윗사람 눈치에 밀려 반바지 열풍을 체감하지 못하는 직원들도 많다.

내년에도 반바지를 입으려면 드러낸 맨다리만큼 아랫사람과 민원인들에게 더 마음을 열고, 그동안 서로 간의 불필요한 벽으로 작용했던 체면과 격식 등을 모두 떨쳐내야 한다.

염 시장이 민망함을 감수하면서까지 반바지 운동에 나선 건 단지 직원들을 더위로부터 벗어나게 하기 위함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김준석 사회부 기자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