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사람들의 가족 이야기를 들어보면 형제(또는 자매, 오누이)간의 관계가 대동소이하다.

장남(또는 장녀. 남녀에 관계 없이 이제부터는 장남이라 표현하겠다)은 묵묵히 따르고 막내는 부모님께 이것저것 사달라고 잘 조르는 편이다.

그렇게 십수년을 살다보니 장남은 필요한게 있어도 부모님께 얘기를 잘 못한다. 묵묵히 참고 동생들을 위해 양보하는게 장남의 역할이고 책임이라 살아와서다.

장남에 비해 동생들은 필요한 이야기를 잘 꺼낸다. 많이 이야기 해봐서 어떻게 해야 필요한 걸 얻는지 자연스럽게 알기도 한다. 툴툴거리는 싫은 소리도 장남보다는 잘한다.

경기북부지역에는 장남들이 참 많다. 기자가 주재하고 있는 포천시와 연천군도 형제 중에 따진다면 장남이 분명하다.

60년 넘게 사격장으로 고통받고, 군사 훈련에 피해보면서도 집안을 위한 장남의 역할이라며 책임감 하나로 싫은 소리 안하고 참아왔다.

그런데 부모는 주한미군이 이전하는 평택시에는 2006년부터 2020년까지 1조1천102억 원을 지원한다고 한다. 2017년 말까지 사업비의 86%인 9천587억 원이 투입됐다.

사드(THAAD)가 배치되는 경북 성주군은 18개 사업에 1조8천여억 원, 김천시도 19개 사업에 7조5천여 억원을 건의했다고 한다.

이쯤되면 아무리 책임감 있는 장남이라도 서운하지 않을리가 만무하다.

연초에 대표적인 미군 주둔지의, 지금은 퇴임한 3선 시장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 시장은 “국가 안보를 위한 당연한 역할이고 책임이지만 그러면서도 ‘우리가 시끄러우면 안보 어떻게 되겠냐. 그렇게 되지 않도록 책임만큼 지원해 달라’는 정당한 요구도 강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이제는 나라의 장남들도 고생한만큼 책임져 온 만큼 챙김을 받는 집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윤성 지역사회부 포천·연천 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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