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도지사와 비교하면, 남경필 스타일은 결이 다르다. 정치스타일은 ‘메르켈+오바마’스럽다. 공격은 메르켈, 수비는 오바마를 닮았다. 남 지사의 공격 호흡은 실용과 뚝심으로 유럽의 패권을 움켜쥔 메르켈과 섞인다. 거야(巨野)를 상대로 던진 ‘연정(聯政)’ 카드는 ‘숨은 한 수’처럼 절묘했다. 여소야대, 절대 불리한 옥쇄(玉碎) 국면을 반전시켰다. 허 찔린 대마(大馬)는 한 달 넘게 활로(活路)를 못찾고 장고(長考)의 늪에 빠졌다. 날카로운 한 수는 중앙과 지방 입법권력의 미묘한 틈새를 정확히 노렸다. 남 지사와 국회의원은 ‘썸타기’, 국회의원과 경기도의원은 ‘쌈타기’한다. 훈수(訓手)는 흥타령, 선수(選手)는 곡소리다. 세력만 보는 국회의원은 도의원에게 이적수(利敵手)를 강요한다. 실리만 좇는 도의원은 작전상 버린 사석(死石)을 챙긴다. 국회의원의 낙관과 도의원의 비관이 뒤엉킨 행마(行馬)는 길을 잃었다. 권한과 책임을 나누자는 대의(大義)는 점점 흐릿해진다. 야당 몫 사회통합부지사는 설(說)만 무성하다. 도정에 문외한 전직(前職)들의 자가발전과 하마평은 연정의 미래만 어둡게 한다. 책임없는 권한을 좇는 탐욕은 갈수록 선명해진다. 생활임금조례·인사청문회 등등…. 앙꼬만 골라 빼먹는다. 사회통합부지사는 연정의 상징이자 족쇄다. 50.4%에 대한 담보(擔保)다. 속 없는 찐빵을 찌며 대의니, 견제니 운운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유형어를 빌리면, 개똥같은 소리다.

남 지사의 수비 감각은 협상 정치에 천착(穿鑿)하는 오바마와 포개진다. 완력(腕力)이 필요한 타이밍인데도 힘을 뺀다. 소모적인 논쟁이 예상되면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썸&쌈’ 화법으로 슬쩍 비켜선다. 로마법(法)은 안중에도 없는 불뚝 소신과 대면한다. 불통(不通)이라고 비판하면서 조건있는 소통을 요구하는 부하 직원과 마주 앉는다. 다소 과장된 보은(報恩) 인사 논란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지금의 스탠스라면 4년 내내 시달릴 논공행상 비판을 ‘부덕(不德)’으로 돌릴 듯 싶다. 싸워야 할 곳에서 물러선다. 핏대를 올려야 할 곳에서 톤다운 한다. 낯설고 물 설은 항해술을 넘겨 짚은 선원들이 자가당착(自家撞着)한다. 짊어질 수 없는 무거운 짐을 지겠다고 불나방처럼 뛰어든다. 순간의 단 맛에 빠져 혀 끝 언저리에만 남은 실패의 쓴 맛을 잊는다. 밑도 끝도 없는 호기(豪氣)앞에 도청 귀신들은 말문을 닫는다. 맡겨만 주면 책임지겠다는 무대포 정신은 뱃 길 어두운 선장을 거센 폭풍 속으로 이끈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것인가. 개똥같은 소리다.

남 지사의 행정스타일도 결이 다르다. ‘이인제+김문수’스럽다. 조직에 맡겼던 이인제, 직접 챙겼던 김문수와 닮았다. 안살림은 관료(官僚)에게 맡기고 큰 꿈을 꿨던 이인제가 오버랩된다. 혁신위원회(인수기구)를 구성했지만, 직접 보고받은 업무는 채 2할도 안된다. 연정, 따복마을, 빅파이 프로젝트 등에 집중했다. 관료를 직업 공무원 이전에 도민으로 대접한다.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다. 의견이 충돌하면 끝장토론도 마다하지 않는다. 믿음의 리더십을 오판한다. 조직의 힘을 앞세워 감사(監査)의 권위에 도전한다. 2년 먼저 퇴직하는 대가로 최소 1억 원짜리 복권에 당첨된 관피아 문제를 승진 갈증에 뒤섞어 물 탄다. 더 이상 오를 곳도 없는 40대, 50대 초반 간부가 인사 적체 타령한다. 기껏해야 관련 업무를 2~3년 다뤄보고 전문성 운운한다. 개똥같은 소리다.

바깥 살림은 현장에서 답을 구하려했던 김문수가 떠오른다. 동서에서 번쩍한다. 새벽 버스정류장, 오전 서울, 오후 기업, 저녁 행사 광폭행보다. 비정규직 청소미화원에게 아침 밥상을 차려줬다. 워크아웃중인 팬택을 살려보겠다고 동분서주한다. 코드는 장삼이사의 눈높이다. 공관(公館)을 내놨다. 체어맨도 사양했다. 출근용 모닝을 샀다. 의전(儀典)도 최소한이다. 익숙한 리더십은 기득권의 오만으로 치환한다. 권력 공백기에 금리격차 해소라는 해괴한 논리를 앞세워 반(反)시장적인 금리설계를 단행했다. 기회가 있었지만, 선(先)시행후(後)보고했다. 어눌한 계산법 탓에 8할 넘는 중소기업들이 이자를 더 물게 됐다. 비정규직 임금격차 해소에는 신중론을 편다. 정부에 떠넘긴다. 정년 보장된 직업공무원이 ‘가정 먼저’를 외치며 의정부 근무 대가를 요구한다. 로맨스를 불륜이라고 쓰고, 불륜을 로맨스라고 읽는다. 개똥같은 소리다. 한동훈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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