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호형(呼兄)들과 나눈 1인3각 대화다. 상황에 맞게 재구성했다. A는 인사파트에서 잔뼈가 굵은 지방공무원, B는 인사부서 근처에도 못 가본 중앙공무원, C는 민간인이다.

▶A형 = “인사(人事)는 기술이야”

▶B형 = “예술이지”

▶C형 = “만사(萬事)라 잖아”

인사판에 마졸(馬卒) 정도 놔본 A형 왈(曰), “니들이 인사를 알아. 정답이 어딨어. 대충 비슷한 답을 써놓고 맞는다고 하면 그게 정답이야. 그래서 기술이라는 거야” 인사판의 마졸인 B형이 핏대를 올린다. “1년 365일 밥 먹고 하는 일인데, 참 한심하다. 내가 해도 그것 보다는 잘하겠다. 기술 좋아하네. 예술 경지는 돼야 불만이 없지”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C형이 끼어든다.“고마해라. 그래도 니들은 불만 있으면 게시판에다 분풀이라도 하지. 감히 어따대고 인사 불만을 토로하냐. 죽을려고.” 정부미·일반미 할 것 없이 밥벌이 직장인에게 인사는 만사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지만, 인사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할 수 있게 한다.

남경필 경기지사가 인사 혁신 카드를 꺼내들었다. 새해 벽두 단행한 첫 고위직 인사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자 내린 극약처방이다. 100분 토론을 열어 가죽을 벗겨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경기도의 인사를 보니 특정부서에 가야만 승진할 수 있더라. 이게 안 맞는다고 본다. 왜 지원부서에 가면 승진이 되고 사업부서에 가면 안 되는지…. 누구든 열심히 하면 승진 기회를 주겠다” 내친김이다. 이틀만에 ①행정직과 기술직간 균등한 보직 기회 ②전문성 향상을 위한 인센티브 강화 ③실·국간 형평성을 고려한 승진인사 ④격무·기피 부서 장기근무자 배려 등 인사 4원칙도 제시했다.

남경필의 인사 혁신 의지는 강렬하다. 행정직 성골과 진골의 전유물이던 요직에 기술직을 발탁했다. 여성 전산직 서기관(4급)을 총무과장에 앉혔다. 인사과장에는 기술직(토목직)을 중용했다. 개청(開廳)이래 없었던 한 수는 통렬했다. 견골(犬骨)들은 유쾌, 통쾌, 상쾌다. 피 비린내를 맡은 성골들은 납작 엎드렸다. 홍두깨에 맞은 진골들은 자숙모드다. 도매금으로 넘어간 행정직은 암중에서 반격을 모색한다. 인사 갈등을 촉발시킨 익명의 게시판은 전쟁터로 변해간다. 내분의 기운까지 감돈다. 오늘(15일) 발표될 서기관 승진 인사가 분수령이 될 것 같다.

이 대목에서 A형이 격정을 쏟아낸다. “도대체 뭐가 불만이야. 비(非)고시 최고참 국장과 고참 과장이 승진하고, 전임 지사때부터 개고생한 과장이 영전한 건데…. 같은 국(局)에서 3명이 승진, 영전하면 안된다는 법 있어. 거두절미하고 나눠먹자는 거야. 도청 공무원쯤 되면 나무만 보지말고, 숲도 볼 줄 알아야지. 의정부 북부청사에는 죽어도 못가겠다고 생떼를 쓰질 않나. 어쩌다 도청이 이렇게 망가진거야. 앞으로 지원부서에 근무하려면 승진·영전 포기 각서 써야겠네” B형이 맞장구친다. “남 지사는 정말 잘 해보려고 애쓰는 것 같은데 도대체 참모들은 뭐하는 거야. 십중팔구는 승진 순위가 정해져 있는데 어떻게 혁신하겠다는 거야. 좀 심하긴 했지만, 불만없는 인사가 있을 수 있나. 그때마다 똑바로 하라고 들이댈 거야. 공무원 인사가 희화화되서는 안되지” C형이 일갈하다. “역시 철밥통이 최고야. 일 잘하든, 못하든 때가 되면 승진하지. 익명의 게시판에 불평 불만을 도배질하지. 휴가 내고 태업도 한다며서. 이쯤되면 불량감자 골라내야 하는 것 아냐. 들어는 봤어, 구상 시인의 ‘꽃자리’라고.”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 너의 앉은 그 자리가 / 바로 꽃자리니라.

한동훈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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