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지사(이하 남경필)를 지근(至近)에서 보좌하는 측근 그룹은 여러갈래다. 여기서 언급하려는 측근은 도청(道廳)과 도(道) 산하기관에 자리잡은 30여 명이다. 굳이 분류하자면 수원파, 부산파, 보좌관파와 독립군 정도로 나눌 수 있다. 태동(胎動) 조짐을 보이는 신생파까지 포함하면 큰 줄기는 대여섯 가닥이다. 적게는 3~4명, 많게는 6~7명씩 실체가 있는 파벌(派閥)이다.

수원파는 지역사회에 널리 알려진 ‘남경필맨’이다. 선거판에서 20년 한솥밥을 먹은 의리(義理)가 그들을 잇는 고리다. 결집력이 끈끈하다. 최규진 경기도체육회 사무처장, 한규택 수원월드컵재단 사무총장, 민경원 경기도경제단체연합회 사무총장, 이종필 경기도지사 공관장, 채정철 청년정책자문관, 홍석준 비서 등이 오리지널 수원파다. 이태영 체육정책자문관, 안병원 공약실천자문관 등은 범(汎)수원파로 구분된다. 부산파는 남경필의 여의도 인맥이다. 경윤호 경기신용보증재단 감사, 김상훈 도지사 비서실장, 김태용 정보화정책자문관, 김희석 정책개발자문관 등이다. 부산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채성령 대변인, 이한호 신문팀장 등은 범부산파로 분류된다. 보좌관파는 남경필의 국회 참모다. 보좌관, 비서관 출신이다. 김현태 경기문화재단 경영본부장, 문정일 경기콘텐츠진흥원 검사혁신역, 이우철 특보 등이 보좌관파에 속한다. 심영주·진성오 정책보좌역 등도 범보좌관파로 분류된다. 수원파보다는 부산파와 가깝다. 나머지는 ‘독고다이’하는 독립군이다.

세력까지는 아니지만, 분명한 실체가 있는 3파(派)의 특징은 뚜렸하다. 굳이 비유하자면 수원파는 손발격이다. 부산파는 머리, 보좌관파는 허리쯤 된다. 수원파는 야전사령관급이다. 각종 기관·단체를 이끈다. 지역 민원 처리도 수원파의 몫이다. 동선이 노출돼 상대적으로 운신의 폭은 좁다. 부산파는 작전참모쯤 된다. 전략을 세운다. 막힌 곳을 뚫는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총대도 멘다. 베일에 가려졌지만 차지하는 비중 탓에 가끔씩 뒷말도 나온다. 보좌관파는 일반참모격이다. 하명(下命)을 실행한다. 음지(陰地)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 한다. 상대적으로 견제를 덜 받는 편이다. 독립군은 솔직히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들 3파는 그런대로 잘 섞인 물과 기름이다. 도지사 경선과 선거때 반목도 있었지만 봉합했다. 임기 초 라인업 과정에서 자리다툼을 했지만, 사달은 내지 않았다. 몇몇 측근이 발호했던 과거와 비교하면 양반이다. 여기까지는 공개된 미화(美化)다. 봉인해놨던 비화(秘話)가 하나 둘 터져나올땐 사정이 달라진다. 최근 공개된 전직(前職) 특보의 공천비리 의혹 투서 사건을 보라. 익명 제보자의 ‘불장난’으로 넘기기엔 석연찮은 구석이 너무 많다. 6개월 전 일이다. 투서 속 인사가 남경필 사람도 아니다. 남경필과 억지로 엮을 수도 없는 개인적인 의혹이다. 무엇보다 단 2명의 측근만 투서 내용을 알고 있었던 극비였다. 누가, 어떤 목적을 갖고 폭로한 것인지 내막은 둘째 문제다. 폭로의 목적은 달성됐다. 당장 파벌(派閥)이 동요한다. 특정파가 집중적으로 회자(膾炙)된다. 수원파와 부산파의 해묵은 갈등설은 덤이다. ‘문고리 권력 쟁탈전’의 서곡(序曲)은 늘 이렇게 비하인드 스토리가 공개되면서 시작된다.

남경필은 비교적 측근 관리를 잘하는 편이다. 왕(王)실장이 없다. 왕특보도 없다. 그 흔한 3인방, 4인방은 더 더욱 없다. 임기 초 최측근을 ‘읍참마속’한 효과다. 일벌백계의 경계는 강렬했다. 측근들은 몸을 낮췄다. 말을 가렸다. 여기까지는 순기능이다. 하지만, 권력은 냉정하다. 파벌의 벽은 견고해진다. 그들만의 리그가 열린다. 독립군은 더 독립적으로 움직인다. 지금까지 측근 통합 단합대회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물은 물이고, 기름은 기름이다. 남경필은 측근들의 ‘핵존심’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한동훈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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