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가출소뒤 자유의 몸…유족 "우릴 짓밟았다"

   

  14살 때 자기보다 어린 초등학생 2명을 잔인하게 살해한 30대 일본인 남성이 범행 경위와 심경 등을 담은 수기를 출판해 논란을일으켰다.

 1997년 고베(神戶)시에서 발생한 아동 살해 사건의 가해자인 A(32) 씨는 자필 수기 '절가'(絶歌)를 최근 출간했다고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이 11일 보도했다. 출판사는 초판 10만부를 찍었다.

 A씨는 14세였던 1997년 2월부터 그해 5월까지 고베시에서 초등학생 5명을 공격해 2명을 살해하고, 3명에게 중경상을 입혔다. 특히 살해한 남자 아이의 신체 일부를 교문에 두는 엽기적인 행동까지 했다.

 하지만 당시 소년법상의 처벌 연령에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A씨는 2004년 의료 소년원에서 가출소한 뒤 자유의 몸이 됐다. 일본 사회에 큰 충격파를 던진 이 사건은 형사 처벌 가능 연령을 '16세 이상'에서 '14세 이상'으로 낮추는 소년법 개정의 계기가 됐다.

 출판사 측은 A씨가 중개인을 통해 출판을 제의해왔고, 사회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의미 있다는 판단 아래 출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출판사는 피해자 유족에게 사전 연락을 하지 않은 채 출판했다.

 A씨는 수기에서 "과거에 맞서고, 그것을 쓰는 것이 내게 남겨진 유일한 자기구제"라는 등의 집필 이유를 적었고, 책 끝에는 피해자 유족에 대한 사죄를 언급했다.

 

 이에 대해 피해자 유족은 강하게 반발하며 출판 중지를 요구했다.

 살해된 한 소년의 아버지는 "우리의 마음을 짓밟는 일"이라며 격분했다. 그는 "(수기의 사죄가) 문자로만 사죄하는 것이며, 유족에게 나쁜 일을 했다는 마음이 없다"며 출판 중지 및 기출판본 회수를 요구한다는 입장을 변호사를 통해 발표했다. 연합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