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사업이 부도났다. 한때 지역 건설업계에서 떵떵거렸지만 빵 쪼가리 사먹을 돈도 없었다. 한 푼이 아쉬웠다.

 하릴없이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을 배회하던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관광지로 이름난 연못. 연인들이 '이 사랑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으며 '행운의 동전'을 던지는 곳이었다.

 "바로 이거야. 아무도 모를 거야." 그는 행인이 없는 야간을 틈타 양말을 벗고 차가운 연못에 들어갔다. 연못 바닥에 수북이 쌓인 동전이 모습을 드러냈다. 허겁지겁 동전을 주워 주머니 속에 우겨넣었다.

 동전을 슬쩍하는 게 나쁜 것인 줄 알았지만 이 정도쯤은 괜찮을 것 같았다. 큰돈이 아니지 않은가. 더 큰 도둑도 있는데….

 그러고는 숙소로 돌아와 이물질이 묻은 동전들을 닦아낸 뒤 날이 밝자 인근 은행으로 가 지폐로 교환했다.

 이렇게 이곳에서 3차례에 걸쳐 훔친 게 60여만원. 용돈벌이는 됐다.

 같은 수법으로 동전을 훔치려다가 비상벨이 울리는 바람에 3차례나 줄행랑을 치기도 했다. 식은땀을 흘렸지만 '동전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웠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걸리는 법. 결국 건물 관리자의 신고로 이 '양상군자'는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양모(57)씨는 지난해 3월 6일 오전 2시께 전주시 풍남동 전주소리문화관 연못에서 50만원 상당의 동전을 훔치는 등 두 달간 3차례에 걸쳐 60만7천원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전주지법 형사5단독 양시호 판사는 연못에서 관광객들이 던진 동전을 훔친 혐의(야간건조물침입절도 등)로 기소된 양씨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1일 밝혔다.

 재판부는 "범행 시각과 범행의 반복성 등에 비춰보면 죄질이 좋지 않지만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시인하며 잘못을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관광객이 던진 동전이지만 소유권은 관리 책임이 있는 지방자치단체나 건물주에 있다"며 "훔치면 절도죄가 성립된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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