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보편화 된 시장들의 스포츠 내기

지난 7일 축구 팬들은 이재명 성남시장과 염태영 수원시장의 설전에 흥분했다.

 오는 19일 예정된 성남FC와 수원FC의 이번 시즌 프로축구 K리그 첫 대결을 앞두고 자존심을 건 내기를 했기 때문이다.

 두 시장은 진 팀 시청에 이긴 팀의 깃발을 걸기로 했다.

 축구팬들은 두 팀의 맞대결을 '깃발 더비', '깃발라시코'라고 칭하며 경기가 열리는 19일을 고대하고 있다.

 국내에선 보기 드문 광경이지만, 미국에선 이런 이벤트가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프로스포츠 주요 경기가 열릴 때마다 시장들은 내기를 걸며 분위기를 띄운다.

 상대팀 시장에게 SNS로 내기를 걸거나 내기 합의 후 이 사실을 발표하기도 한다. 아예 보도자료를 내기도 한다.

 내기 내용은 비슷하다.

 지역 음식을 상대팀 시장에게 전달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작년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만난 뉴욕 메츠와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경기에서는 벌칙이 등장했다.

 당시 뉴욕 빌 더블라지오 시장과 캔자스시티 슬리 제임스 시장은 특이한 내기를했다.

 진 팀 시장이 상대팀의 유니폼을 입고 발레학교에서 상대팀의 테마송을 부르기로 했다.

 결과는 캔자스시티의 우승으로 끝났다.

 뉴욕 더블라지오 시장은 캔자스시티 유니폼을 입고 지역의 한 발레 학교를 찾아가 우스꽝스럽게 노래 '캔자스시티'를 부른 뒤 "슬리 제임스 시장님 축하합니다. 내년 시즌에 두고 봅시다"라고 말했다.

 지난달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의 제니퍼 로버츠 시장이 NFL 슈퍼볼 경기를 두고 덴버 마이클 핸콘 시장과 내기를 했다가 상대팀 유니폼을 입고 업무를 보기도 했다.

 내기는 시장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정부부처 관계자, 주지사, 심지어 대통령도 즐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10년 토론토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캐머런 영국 총리와 전화를 하면서 내기를 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미국과 잉글랜드의 경기에서 미국이 이기는데 맥주를 걸었다.

 정치인들의 내기는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흥행에 적잖은 도움을 주곤 한다.

 올 시즌 처음으로 K리그 클래식에 진출한 수원FC는 '깃발 더비'가 호재가 됐다.

 수원 FC는 19일 성남 FC와 홈경기 개막전에서 무료입장을 고민할 정도로 흥행에 대한 걱정이 심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는 두 시장의 내기 덕분에 단숨에 '빅매치'로 떠올랐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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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뉴욕 빌 더블라지오 시장이 작년 11월 13일 본인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월드시리즈 패배에 따른 벌칙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더블라지오 시장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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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샬럿시 제니퍼 로버츠 시장이 덴버 마이클 핸콕 시장과 슈퍼볼 내기에서 패한 뒤 상대 팀 유니폼을 입고 찍은 사진을 지난달 9일 트위터에 올렸다 <사진=로버츠 시장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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