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官吏)는 덕행, 신망, 위신이 있어야 하고, 청렴과 근검절약을 생활신조로 삼아야 하며, 명예와 부를 탐내지 않아야 되며, 뇌물을 받지 않아야 하며, 백성에 대한 봉사정신으로 국가의 정책을 두루 알려야하며, 민의를 상부에 전달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백성을 사랑하는 애휼정치에 힘써야 한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牧民心書)에 등장하는 말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자체장 등 관리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염두에 둬야 할 금과옥조(金科玉條)가 아닌가. 필자는 이 말에 전폭적으로 공감하면서 목민심서의 자서(自序)에 적힌 말에 시선을 고정한다.

오늘 날 백성을 다스리는 자들은 오로지 거둬들이는 데만 급급하고 백성을 기를 줄을 모르는 도다. 백성들은 여위고 시달리고, 병으로 시들어 쓰러져 진구렁을 메우는데, 백성을 기른다는 자들은 화려한 옷과 맛있는 음식으로 자신만을 살찌우고 있으니, 이 어찌 슬프지 아니한가!

잘못 집행된 정책에 신음하는 국민들을 구하고자 하는 구민(救民)의 의도가 담긴 역설적 표현이다. 다산 선생은 백성을 다스리는 벼슬아치인 목민관(牧民官)들이 청렴과 바른 생활태도를 몸소 실천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목민심서를 집필했을 것이다.

남양주시는 다산 선생의 탄생지이자 묘소가 있는 곳으로 다산시(市)라는 애칭이 따라다닌다. 남양주라는 명칭은 1980년 양주에서 분리될 당시 양주의 남쪽에 위치해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단순히 지리적 위치만으로 도시의 명칭이 결정돼버린 흠결이 없다고는 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일부 시민들 사이에는 남양주의 특성을 살린 서정적 도시명으로 개칭해야 한다는 여론이 돌고 있다. 그래서 인지 남양주시는 오는 12월 입주를 앞둔 신도시를 다산신도시로 명명하고 행정동의 명칭도 다산동으로 변경할 예정이라고 한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혼탁한 정국을 다산 선생의 가르침대로 깨끗이 정화시켜 보고자 하는 남양주시의 의도가 담긴 것이리라.

세종특별자치시는 지난 2006년 국민공모를 통해 세종시라는 명칭을 확정했다. 공모에 참여한 사람들은 세상(世)의 으뜸(宗)이라는 뜻과 아울러 한글을 창제하는 등 위민정책을 실시한 세종(世宗)대왕의 가르침을 접목시키려는 마음이 강했기 때문에 세종시라는 명칭을 선호했을 것이다. 세종시가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비전과 정체성을 잘 표현한 최적의 도시 브랜드로 정착됐다는 데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도시 브랜드로 정착된 세종시의 사례처럼 남양주시도 새로운 도시 이미지메이킹이 필요한 시점이 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남양주시(南楊州市)를 다산시(茶山市)로 개칭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시 명칭 개정 시 행정 및 재정적인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한 번 쯤은 시민의 공론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조선 최고의 실학자 정약용 선생은 차를 마시면 흥하고 술을 마시면 망한다는 의미의 ‘음다흥 음주망(飮茶興 飮酒亡)’이라는 말을 남길 정도로 차(茶)를 사랑하여 자신의 호(號)조차도 다산(茶山)으로 정했다. 차 문화는 단순히 음료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일컫는 예(禮)를 의미한다. 그의 의도대로 예를 지키며 청렴한 목민관이 위민(爲民) 정책을 실시한다는 의미가 내포된 도시, 즉 다산시로 남양주시의 명칭을 바꿔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피력해 본다.

최삼휘 남양주시 평생교육원장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