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수도권 규제완화 미흡… 공장 신·증설 투자 여전히 막혀
62개사, 3조3천억 경제적 손실… 한국 혁신지수 규제 세계 꼴찌 수준

#영국에 본사가 있는 다국적 기업 글락소스미스클라인(Glaxo Smith Kline·GSK)은 아시아 지역 전체에 공급할 백신공장을 화성시에 세우기 위해 지난 2006년 경기도와 장안첨단산업2단지내 6만㎡ 규모의 착공계획까지 합의했었다. 하지만 당시 경기도내 공장총량제에 묶여 신규투자는 지연됐었고 결국 GSK는 차선책인 싱가포르에 아시아 공급 백신공장을 설립했다. GSK가 화성 백신공장에 투자하려던 규모는 최소 1∼2억 달러에 달했다.

#전력제어기와 전력용 반도체 등을 생산하는 미국계 투자기업 페어차일드코리아는 지난 2001년 3월 부천시에 반도체 제조공장 증설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부천공장 증설부지가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과밀억제권역에 위치한 탓에 증설이 불가해지자, 당초 한국에 7천만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하고 같은해 중국에 8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수도권 규제완화에도 사라진 일자리 1만2천개= 이처럼 경기도내 입지 규제 등으로 외국인투자가 해외로 역유출되는 상황들이 발생하자 2009년 이명박 정부는 ‘10·30 수도권규제 완화조치’를 발표한다. 당시 조치의 주요내용은 수도권에서 공장용도로 지정된 지역에서 기존공장 증설과 첨단업종 투자 애로 해소를 위한 불합리한 규제개선이었다.

2015년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0·30 조치가 발표된 2009년초 경기도의 실태조사 결과 수도권에 신·증설 투자 수요를 갖고있는 기업은 161개사로, 투자규모는 15조4천311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경련이 10·30 조치 이후 81개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수도권에 신·증설 투자가 가능하다는 응답은 43개사·3조4천890억 원에 불과했으며, 여전히 규제로 투자할 수 없다는 응답은 38개사로 이들의 투자규모는 1조1천765억 원에 달했다.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조치가 기업들이 체감할 수 없는 수준에 불과했다는 방증이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이 2009년 10·30 조치 이후 2014년까지 6년간 수도권내 공장입지 투자계획 변동내역을 분석한 결과 118개사 중 62개사가 수도권규제 등으로 공장 신·증설 투자 타이밍을 놓쳤다고 답했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3조3천329억 원, 계획되었다가 사라진 일자리는 1만2천59개로 집계됐다.



◇규제·제도 환경 하위, 수도권정비계획 목표달성도 미흡= 미국의 코넬대학과 프랑스 인시아드(IMSEAD), 세계지적재산기구(WIPO)가 매년 혁신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국가의 경제적 요소와 국가 경제단위내 활동의 결과물로 얻은 요소를 지수화해 매년 발표하는 세계혁신지수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의 규제환경은 전체 127개국 중 61위에 머물렀다. 혁신투입 5개 부문 중 ‘제도’ 요인은 2016년 31위에서 35위로 4단계나 하락했다.

또 WEF(세계경제포럼)의 ‘2017년 글로벌 경쟁력 평가결과’에서도 우리나라는 제도요인 평가에서 전체 137개국 중 58위를 기록했다. 미국 등 세계 선진국과 신산업분야에서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말하기에는 미흡한 결과다. 실제 아산나눔재단과 구글캠퍼스 서울이 2017년 발표한 글로벌 100대 혁신기업 소속 국가를 살펴보면 미국이 56개사로 절반을 차지하고 중국 24개, 영국 6개, 독일 3개 순이었지만, 한국기업은 전무했다.

제3차 수도권정비계획이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점이 제기된다. 경기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수도권 정비계획의 실효성 평가와 향후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전문가 12명(수도권 6명·비수도권 4명·국책연구원 2명)을 대상으로 두 차례에 걸쳐 제3차 수도권정비계획의 실효성을 평가한 결과 인구안정화 ‘미흡’이라는 평가결과가 나왔다.

당시 평가위원들은 ‘인구 증가세는 둔화됐으나, 인구 계층별 유입추이는 악화되고 있다’ ‘청년층 유입 등에 의해 인구 측면에서 수도권 집중이 심화됐다’ 등의 검토의견을 내놨다.

1970년 정부의 ‘수도권 인구의 과밀집중억제에 관한 기본지침’에서부터 시작된 수도권 정비계획의 근본적 목표인 인구 분배를 통한 지역 균형발전 목적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제3차 수도권정비계획에 최초 도입된 ‘정비발전지구’도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수정법상 3개 권역에 대한 규제를 예외적으로 완화해주는 지역인 정비발전지구 개념이 도입됐지만, 수도권경쟁력 강화에 대해서는 ‘중간’, 수도권 규제의 합리적 개선은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평가위원들은 검토의견에서 ‘일부 첨단산업 집적 등 성과는 있었으나, 수도권 규제로 인한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 ‘당초 계획에 포함된 접경지역·자연보전권역내 업종제한, 대학입지, 대규모 개발사업의 규모제한 완화는 실현되지 않았다’는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신산업 규제 완화도 수도권은 제외= 이에 경기도는 최근 정부의 신산업 규제혁파 등 움직임에 발맞춰 규제프리존특별법에 수도권을 포함하도록 요구해왔지만,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지난 17일 여야 3개 교섭단체 원내대표간 회동서 합의된 오는 30일 규제프리존특별법 처리에 상정될 법안이 김경수 경남지사가 의원시절 발의한 지역특화발전특구규제 특례법과 이학재 의원이 발의한 규제프리존법안 등의 합의안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들 법안에서 규제프리존은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14개 시·도 지역에 27개의 전략산업을 지정해 관련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주고 세제지원을 해주는 것이 골자다.

최근 경기도는 1천500개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신사업 규제 완화가 이뤄질 경우 5천여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결과를 얻었지만, 규제프리존으로 대표되는 신산업 규제혁신 법안에서 조차 수도권이 배제되며 실제 창출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태다.

황영민·오정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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