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광화문 광장에서 350여개 여성·노동·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미투시민행동의 성폭력·성차별 끝장집회가 열렸다. 시민 2만 여 명이 모여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는 극단적인 구호까지 나왔다. 그동안의 집회가 여성들 중심으로 1천~2천 명 정도 참석했던 것을 감안하면 지난 주말 집회의 규모는 상당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 안 전 지사의 무죄 판결이 더욱 불을 붙인 격이 되었다. 이번 판결이 여성 피해자보다 남성 가해자에게 유리한 우리 사회의 가부장적, 남성적, 기득권적 질서의 굳건한 틀을 확인시켜 주면서 여성들은 법의 보수성에 분노를 드러냈고, 남성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런 변화가 지난 주말 집회에 그대로 반영되었는데 그동안 성차별·성폭력에 반대하면서도 집회나 시위에는 거의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시민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대로 있어서는 사회가 변화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중장년층이나 남성들의 참여가 높아진 점은 더욱 주목할 만한 변화다. 우리 사회 성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힘을 보태기 위해 참여했다는 시민들이 많았다. 다음 세대들이 살아갈 세상이 성별로 차별받지 않도록 우리 사회를 바꾸는 데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미투 운동을 계기로 수면 아래 있던 성폭력·성차별 사건들이 공론화되면서 우리 사회가 변화의 한가운데서 진통을 겪고 있다. 유명 인사들의 성폭력 실태가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업적과 괴리된 추악한 민낯에 많은 국민들이 실망했다. 몇몇 사건들은 현재 재판 과정 중에 있다. 미투와 연관된 첫 번 째 재판에서 무죄판결이 내려지면서 이것이 다른 미투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미투를 폭로한 피해자들이 겪는 2, 3차 피해도 극심한 상황이다. 우리 사회가 성폭력과 성차별이 없는 평등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지 중요한 고비에 와 있는 것이다.

이제 성폭력·성차별 반대 운동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녀 모두의 문제라는 인식이 커져가고 있다. 특히 딸을 둔 아버지들의 자세는 더욱 적극적이다. 누군가의 딸이며, 가족이란 점에서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안에서 누구나 동등한 권리를 누리며 안전하게 살아갈 생존의 문제인 것이다. 내 딸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이나 피해를 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행동에 부모들이 적극 동참하면서 변화의 기류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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