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정부가 국민연금의 재정안정화를 위해‘더 내고 덜 받는’기조의 개혁안을 공개하였다. 사실 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 문제는 국민연금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모두에 해당된다. 공무원, 군인, 교원들은 고용의 안정성을 보장받고 좋은 임금과 복리후생을 누리면서 퇴직 후에는 국민연금 수령액의 6배가 넘는 연금을 받고 있다. 이를 위해 국민들의 혈세가 연간 수 조원씩 들어가고 있다. 반면 일반 국민들은 말만 60세 정년이지 대부분 50대 초·중반에 퇴직을 당한 후 제대로 된 소득이 없어 영세자영업자가 된 후 파산을 하고 노인빈곤에 직면하게 된다. 청년들이 기를 쓰고 공무원이나 교사가 되려고 하는 것은 경제주체로서 합리적 선택인 것이다.

오늘 당장 얼마라도 생활비가 필요한 국민들이 미래에 연금수령이 가능할지도 불확실한 국민연금을 위해 강제로 보험료를 지불하고 싶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특수직역연금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연금수령액으로 인해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국민들은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과 달리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국가가 어떤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재정안정화라는 명분으로 보험료만 올리고 연금혜택은 축소하려는 것에 분노하고 있다. 국민연금 폐지론이 설득력을 얻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돈인데 정치인들과 관료들이 연금기금을 자신들의 돈 인양 여기면서 기금운용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고 연금관리기관에 낙하산 인사를 자행하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아직까지 노인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이 부족하고 노인빈곤문제도 심각한 한국에서 국민연금제도는 지속되어야 하며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개혁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연금제도의 저부담·고급여 구조는 국민연금만이 아니라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모두가 직면하고 있는 공통의 난제이다. 따라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모두 국민연금과 함께 개혁되어야 한다. 공적 연금의 역할은 노후 소득을 위한 실질적인 보장을 하는 것이며 모든 국민들이 동일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지급에 대한 국가 의무를 법제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전체 노후소득보장제도의 재설계도 필요하다. 국민연금만 가지고 노후 소득을 온전하게 보장할 수 없고 본인 기여와 상관없는 기초연금을 계속 늘리면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따라서 국민연금에 민간보험이나 개인연금과 동일한 원리를 적용하여 중산층 이상은 자신이 낸 보험료로 노후보장을 받고 저소득층은 최소한의 삶을 국가가 보장하는 방식으로 연금제도를 개혁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공적연금을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을 국민연금과 통합하면 국민연금 가입자만 손해를 볼 수 있다. 따라서 우선 특수직역연금을 전면적으로 개편하여 적자 구조를 해소하고 부담과 급여 수준을 조정한 후 국민연금과 통합시키고 사학연금에 대해서도 비슷한 절차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국민연금기금이 수익성과 안전성을 기준으로 독립적으로 운용되도록 정부의 정책적 개입의 금지를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국민연금의 관리와 운용에 대한 권한행사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인사개입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 정치적 자의성과 낙하산 인사를 배제할 수 있는 객관적으로 독립적인 연금운영기구를 만들어 정치권력과 관료집단으로부터 독립된 국민연금 지배구조를 만들어 기금운용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도 시급하다. 국민연금제도가 지속되려면 국민들의 이익을 위한 종합적인 개혁안이 필요하다.


김은경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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