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사진이 외신을 통해 다시 우리에게 날아왔다. 21차 이산가족 상봉을 하루 앞두고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남측 1차 상봉 대상자인 이금섬 할머니가 접수하기 위해 등록대로 향하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이 할머니는 북측의 오래된 아들을 만날 예정이었다. 이렇게 남북의 이산가족이 65년 만에 재회하는 어제 세계의 눈과 귀가 금강산에 집중됐다. AP, AFP, 로이터, 교도 통신을 비롯해 미국 CNN방송과 영국 BBC 등 세계 주요 외신은 이날 속초와 서울발 기사로 이번 이산가족 상봉행사 전후 상황을 긴급기사로 타전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제목은 비슷했다. ‘한국인들, 수십 년간 떨어졌던 가족과 재회하러 북으로’, ‘전쟁으로 헤어진 남북 가족들 65년 만에 짧은 재회’ 등이다.

우리 역시 이렇게 이번 이산가족상봉의 의미와 배경 등을 기사 속에 자세히 전한 외신에 2015년 10월 이후 2년10개월 만에 열리는 이번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한반도에 해빙 기운이 돌고 있는 가운데 성사된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로이터 통신은 “관계가 풀리면서 약 3년 만에 처음으로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행사”라는 의미를 강조했는데 AP통신은 이번 이산가족상봉이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추진을 둘러싼 교착 상태를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 압박이 이뤄지는 가운데 남북이 화해 노력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보도로 이목을 끌었다.

알다시피 이번 행사는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만남의 결과 중 하나였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8·15를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하기로 합의했고 지금에 이르게 된 일이다. 우리처럼 긴 시간 이렇게 분단돼 가족과 떨어진 국가도 없다. 그래서인지 외신은 전쟁과 분단으로 사랑하는 가족과 헤어져 살아야 했던 이산가족들의 아픔과 절절한 사연도 자세히 전했다. 특히 CNN방송은 ‘나는 1년 동안 울었습니다’ 라는 제목으로 한국전쟁으로 헤어진 가족들, 재회할 흔치 않은 기회를 얻은 내용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68년 동안 아들을 안아보지 못한 한과 전쟁으로 가족이 헤어진 수만 명의 이산가족 중 일부의 사연이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의 지적처럼 이번 이산가족상봉은 남북의 깊은 유대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것인 동시에 남북이 고통스러운 분단 이래 수십 년간 얼마나 멀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또한 어제 상봉단 중에는 이번이 북녘 가족들을 만나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가족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인지 어제 정오쯤 금강산에 도착한 상봉단은 점심 식사 후 오후 3시쯤 금강산호텔에서 감격스러운 첫 상봉을 했고 오는 22일까지 6차례에 걸쳐 11시간 동안 북측 가족을 상봉한다. 굳이 휴머니즘을 언급하지 않아도 정치와 이데오르기를 떠나 이들의 만남은 계속되어야 한다. 같은 민족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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