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LCD단지는 국무회의에서 어려운 결정과정을 거쳤는데, 이렇게 직접 와서 보니 참 잘한 결정이었다.”, “대통령님의 결정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2006년 4월 27일 파주 LG필립스 LCD(현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손학규 전 경기지사간 대화 내용이다.
‘파주 LCD 단지’ 조성은 수도권 규제 개혁에 정부가 전면에 나서 이룩한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손 전 지사의 끊질긴 설득으로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3월 취임 후 첫 국무회의에서 외국인 투자에 대한 신속한 규제 완화를 지시했고, 수도권에 새로운 공장을 지을 수 있도록 한시적인 시행령이 개정됐다.
수도권 지역의 각종 규제 완화 문제는 정치권 공방의 단골 메뉴다. 수도권 규제가 2중 3중으로 얽혀 있어 대기업을 비롯한 기업들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지만 정치권은 수도권 대 비수도권으로 나뉘어 대립만 거듭했다.
이제는 지방과 수도권이라는 이분법적 프레임 싸움이 아니라 일자리 만들기를 위해 비수도권도 적극적인 협조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고용 대참사 현실화= 수도권 규제가 계속되면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이 4%인 반면 1%대에 머물고 있다.
이같은 저성장율은 7월 취업자가 5천명 증가에 불과하는 등 고용 대참사가 현실화 되고 있다.
지난 17일 통계청의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천708만3천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천명 증가에 그쳤다. 2010년 1월 이후 8년 6개월 만에 최저치다. ‘일자리 정부’가 무색할 정도로 최악의 성적표다.
취업자 증가폭은 1월 33만4천명서 5월에는 7만2천명으로 추락했다. 애초 정부는 올해 월 취업자 평균을 32만명서 18만명으로 낮춰 잡았지만 1~7월 월 평균 12만2천명에 불과했다.
고용의 질도 나빠져 제조업 취업자가 12만7천명,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및임대서비스업도 10만1천명 줄었다.
7월 고용률은 61.3%로 1년 전보다 0.3%p 낮아졌고, 실업자 수는 103만9천명으로 전년 대비 8만1천명 증가하는 등 올 들어 7개월 연속 100만명을 웃돌고 있다.
이같은 실업률은 2003년 3월 이후 18년 4개월 만이다. 실업률은 3.7%로 전년 동월 대비 0.3%p 상승했고, 청년실업률은 9.3%였다.
◇당정청 긴급회동…구체적 대안 없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일요일인 지난 19일 긴급 당정청 회의를 개최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당정청 주말 긴급회의가 소집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정청은 회의서 일자리 확충을 위한 재정확대와 일자리·투자를 제약하는 핵심규제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최근의 고용위기 상황에 대한 책임 통감도 밝혔다.
당정청은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한 총력대응 기조를 밝혔다. 일자리 사업 및 추가경정예산 사업 집행을 강화키로 했다. 4조 원 규모의 재정보강패키지를 신속 추진하기로 했다.
2019년 일자리 예산을 전년 대비 올해 증가율(12.6%) 이상으로 확대키로 했다. 올해 일자리 증가율 이상의 예산이 배정되면 내년 일자리 예산은 약 22조5천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한마디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재정확대다.
하지만 일자리 확충을 위한 재정전략 외에는 그동안의 논의됐던 내용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한계를 보였다.
특히 각종 수도권 규제 해소를 통한 일자리 확충에 나서야 한다는 데는 내심 공감하면서도 비수도권 정치권과 여론의 눈치를 봐서인지 어떠한 언급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면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생활 밀착형 SOC 예산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SOC사업 추진은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수도권 규제완화 나서야= 수도권규제 완화가 시대과제라는 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표를 의식한 정치권은 눈치보기만 계속하는 모습이다.
여야는 지난 17일 각당이 각각 발의한 규제 개혁 관련 법안 3개를 병합해 8월 임시국회가 열리는 30일 본회의서 합의키로 했다. 법안 명칭은 ‘규제프리존법’이다.
하지만 규제프리존법은 수도권을 뺀 14개 지역별로 사업을 정해 규제를 풀어주는 것을 기본 체계로 하고 있다. 수도권지역이라는 이유의 또다른 역차별이다. 수도권 대 비수도권이라는 이분법적 논리 때문이다.
도내 한 의원은 “수도권 규제 완화는 정부와 기업이 ‘원팀’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기업 스스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일자리 창출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규제 완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재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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