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 브랜드의 성장은 지역의 고용 증가와 소비 창출로 이어진다. 또 그 지역에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고, 지역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국내는 물론 국제적인 명소로 발돋움한다면 그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기대 그 이상일 것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있다는 것은 지역 주민들의 경험과 추억을 공유하는 저장소이자 지역의 정체성을 묶어줄 문화적 공간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글로벌 브랜드 스타벅스, 맥도날드도 각각 미국 시카고, 시애틀의 한 점포에서 시작됐다. ‘향토 브랜드를 찾아서’가 경기도 브랜드들이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는 힘찬 출발이 되기를 바란다.

 

<향토 브랜드를 찾아서>

“1979년 서울 명동 유네스코 빌딩 541 로얄제과….”

주재근(59) 주재근베이커리 대표는 39년의 제과·제빵경력이 시작된 그곳을 마치 어제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또렷하게 기억한다. 1986년에는 서울 동부이촌동에서 ‘주재근베이커리’가 문을 열었다. 주재근베이커리를 비롯해 동네 빵집, 핸드메이드 베이커리의 성수기였던 1990년대, 주재근베이커리라는 간판을 단 베이커리는 67개에 달했다.



◇“다시 핸드메이드의 시대로”= 승승장구하던 주재근베이커리도 자본력과 마케팅을 앞세워 제빵업계로 밀려 들어오는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공세를 피해갈 수 없었다. 그 많았던 가맹점들은 점차 줄어 지금은 광명 본점을 비롯해 15개의 점포만 남았다.

주 대표는 “알다시피 지난 10년은 동네빵집들에게 정말 힘든 시기였다”면서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가맹빵집 간의 경쟁에 더해 대기업 프랜차이즈까지 합류하면서 치열한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돌이켰다.

대기업은 상권의 목이 좋은 곳은 모두 차지했고, 각종 마케팅과 자본력으로 밀어붙였다. 제휴할인이 40%까지 올라가면서 경쟁은 극에 달했다.

“우리는 기능인이고 그쪽은 사업가입니다. 결국에는 우리가 이길 수 없는 싸움이죠. 다행히 최근 들어 프랜차이즈에서 다시 핸드메이드로 시대 흐름이 바뀌는 분위기예요.”

소득 수준이 올라가고 맛에 대한 소비자의 태도가 달라진 것이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맛을 느끼기 위해 시간을 내서 멀리 찾아가고, 기다리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좋은 빵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 역시 이를 반영한다. 대전 성심당, 군산 이성당, 광주 궁전제과 등 맛과 전통이 있는 향토브랜드 빵집들이 관광 명소로 떠오른 까닭이다.

주 대표는 “프랜차이즈 빵들은 결국 기계빵이기 때문에 어느 점포를 가도 똑같은 맛이 난다”며 “고객들은 이런 맛을 식상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마다 잘하는 제과점들이 인기를 끄는 현상은 핸드메이드에 대한 가치가 재정립됐다고 볼 수 있다”며 “맛과 삶에 대한 시각이 달라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장 먼저 빵냄새가 나는 베이커리”= 처음 주재근베이커리가 시작된 서울 동부이촌동에서는 가장 먼저 문을 열고, 가장 먼저 문을 닫는 빵집으로 이름을 알렸다. 무엇이든 기본에 충실한 게 중요하다는 주 대표의 신념에 따른 것이다.

그는 “동네 빵집은 결국 맛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며 “빵의 맛을 낼 때 솜씨도 중요하지만 공정의 기본과정을 지키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 대표는 지켜야 할 기본 중에서도 특히 온도의 중요성을 제일로 꼽았다. 빵은 온도에 민감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반죽 숙성의 온도에 따라 찢어지는 결의 두께와 씹히는 식감이 달라진다. 이에 온도를 가장 신경 써야 한다.

그는 “냉·난방시설이 안될 때는 나보다 빵 반죽이 더 걱정된다”면서 “겨울에는 이불을 덮어 놓고 반죽의 온도를 맞추느라 애를 쓴다”고 전했다.

이 같은 그의 노하우가 집약된 대표메뉴 ‘구름산 페스츄리’는 하루에 100개 이상 판매된다. 납작한 기존 페스츄리와 다르게 쿠션처럼 높게 만든 구름산 페스츄리는 광명시 구름산에서 이름과 모양을 땄다.

 


◇“동네빵집 살길…세분화된 메뉴 개발”= 주 대표는 앞으로 동네빵집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세분화된 메뉴’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많은 빵집들의 메뉴는 백화점식 형태가 주류를 이룬다는 것. 한 빵집에서 케이크, 쿠키, 초콜릿 등 모든 것을 다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기계는 필수일 수밖에 없다. 기계 놓을 자리는 일정 규모의 점포 면적을 요구한다. 때문에 자본은 많이 들고 한 분야에서 최고는 아니더라도 전문이 되기까지 어려움이 많다.

주 대표는 “지금 유명세를 얻고 있는 빵집들은 전문화, 세분화된 메뉴를 앞세우고 있다”면서 “앞으로 제과·제빵업에 뛰어들 후배들은 세분화된 메뉴의 기술을 중점적으로 준비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티와 커피는 빵과 뗄레야 뗄 수 없기 때문에 메뉴를 개발할 때 이를 유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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