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선거가 한창이던 시기, 모란시장에서 만난 시민께 “안녕하세요, 성남시장 후보 은수미입니다”라고 하니 “난 성남이 아니라 분당 사람인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오전에 판교에서 최첨단 기술과 발전한 도시의 모습을 보고, 오후에 하루에 2~3천 원을 번다는 폐지 줍는 어르신을 만난 적도 있다.

최근 만난 폐지 줍는 어르신은 “리어카 한가득 무겁게 채워야 100kg인데, 이렇게 채워도 4천 원 받는다”고 말씀하시며 폭염 속에서도 다시 리어카를 끄셨다.

봉사활동 팀과 함께 찾아간 집은 빗물이 새 곰팡이로 얼룩져 있었고, 아이들은 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 모습을 접했다.

어떤 사람은 “성남은 하나의 이름 아래, 두 개의 도시가 있다”라고 말한다.

47년 전, 박정희 정부는 서울의 무허가주택 거주민들을 기반시설도 갖추지 못한 광주대단지로 이주시켰다.

이후 광주대단지는 성남으로 승격됐고, 성남은 발전을 거듭했지만 수정·중원 원도심과 무관하게 분당이라는 신도심이 만들어 졌고, 현재까지도 원도심과 신도심의 격차라는 아픔이 남아있다. 경제적인 격차뿐 만 아니라 시민들은 무의식적으로 성남을 두 개의 도시로 인식하곤 한다.

하나의 성남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바로 이러한 현실에서 시작됐고 이를 위해 ‘성남을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그렸다.

사실 우리에게 실리콘밸리는 익숙하다 못해 지자체마다 내세우는 사업으로 이제는 식상할 수도 있는 단어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혁신과 성장의 아이콘이었지만, 양극화가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저는 양극화와 격차마저 넘어서는 새로운 모습의 실리콘밸리를 꿈꾸고 있다.

성남의 실리콘밸리는 균형 성장을 지향하며 각 지역의 특성에 기반을 둔 산업을 발전시키고, 이를 연계 한다면 원도심과 신도심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

이를 위해 ▶게임과 문화콘텐츠 산업 중심의 ‘분당·판교권역’ ▶헬스케어와 바이오산업 거점 ‘분당남부-야탑권 연결권역’ ▶ICT 융합산업의 거점이자 창업의 메카 ‘수정구-판교2, 3밸리권역’ ▶도심형 첨단지식제조업 거점 ‘중원구 2·3공단 하이테크밸리권역’을 4대 전략거점으로 선정하고 각 거점을 연계하고자 한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분당서울대병원 방문 당시 당뇨 환자용으로 나온 붙이는 주사제 시제품을 보게됐다. 만약 분당에서 개발한 이런 시제품을 원도심의 공단에서 제조한다면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산업들을 연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와 더불어 도시 전체를 문화로 연결하고, 각 권역을 잇는 교통 체계를 만든다면 물리적으로 떨어진 권역과 산업들을 연계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지역 특성에 맞는 성장 계획을 실현한다면 지역별 성장과 함께 성남 전체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지역 간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별 특성이 살아나는 성남을 만들 수 있다.

또한, 성남의 실리콘밸리는 궁극적으로 ‘상생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지향하는 것으로 기업 간의 경쟁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와 기업이 상생하며 사회적 가치를 함께 공유하는 산업단지를 만든다면, 우리는 조금 다른 미래를 그릴 수 있다고 확신한다.

기존 첨단산업단지가 지역과 기업이 무관하게 작동했다면 이제는 지자체가 기업을 지원하고, 기업은 지자체로부터 받은 지원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

실제로 성남 내 많은 기업들을 만나보면 지역을 위해 일 하고 싶어 하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성남시는 실리콘밸리 내 각 산업단지와 기업들의 발전뿐 만 아니라 지역과 기업의 상생, 나아가 사회적 가치와 공유경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자체와 기업이 함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지역 내 양극화로 인한 불균형을 해결하는 새로운 개념의 실리콘밸리를 만들겠다는 것이 성남시가 그리는 미래다.

이제는 기존의 도시 혹은 산업과 무관하게 새로운 도시와 산업이 형성돼서는 안된다. 새로운 도시와 산업이 기존의 것과 어우러져 하나가 되어야 한다.

아시아의 실리콘밸리 구축은 단순히 산업단지 활성화를 통한 경제 활성화, 경제적 성장을 위한 것만이 아니다. 성남 내 지역 간 격차와 불평등을 넘어 ‘하나의 성남’을 만들기 위한 시스템으로 47년 전 격변의 시기를 거친 성남은 이제 재도약의 시기, 새로운 기회의 시기를 만들어 낼 것이다.

우리는 ‘아시아 실리콘밸리 성남’을 통해 격차를 넘어선 ‘하나의 성남’을 꿈꾼다.

은수미 성남시장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