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치기 당한 가로수
가지치기 당한 가로수

 

인천 서구가 더위가 채 가시기 전 가로수 수십그루를 과도하게 가지치기 해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간판을 가린다는 민원에 따라 가지를 친건데 주민들은 외관상 좋지 않고 그늘도 없는 등 서구가 생태적인 사고를 반영하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서구는 약 1천만 원 이상 예산을 들여 정서진중앙시대 일대에 설치된 가로수 3천 그루 가운데 80그루의 가지치기 작업을 끝냈다고 21일 밝혔다.

가로등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가로수가 방해가 됐고 상가 주민들이 간판을 가린다는 민원에 따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은 더위가 지속되고 있는데 그늘이 없어 체감 온도가 더 높아졌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주민 A(33)씨는 “계속된 폭염에 시장에서 나왔을 때 가로수 주변을 지나면 그나마 시원하다고 느꼈는데 여름이 끝나기도 전에 가지를 친 건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가지치기 방식을 두고도 논란이 되고 있다.

가지치기는 강도에 따라 약전지, 중전지, 강전지 등 3가지 방식으로 나뉘는데 나무 기둥만 남기는 강전지가 진행됐다.

가지 끝을 다듬는 대신 굵은 가지를 잘라내 잎을 틔울 가지가 상실됐다.

도심에서는 쉼터 역할을 하는 나무가 부족하다보니 가로수를 인위적으로 다듬기보다는 자연 상태 그대로를 유지하는 게 일반적인데 서구는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과감하게 가지치기를 진행했다.

광합성을 하는 나무는 갑자기 잎을 잃으면 높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게 환경단체의 설명이다.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은 “예산으로 심은 나무이기 때문에 개인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영업을 방해하는지 정확하게 따져본 뒤 실행해야 하는 과정이 생략됐다”며 “간판을 가린다는 이유로 공적인 행정력과 예산을 사적인 영역에 사용하는 행태는 지방자치단체의 부작용”이라고 꼬집었다.

조현진기자/chj@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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