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부 SOC 예산 대거 편성·평화부지사 등 역량집중 불구 대부분 법령에 근거둔 규제
정부·국회 협의없인 불가능… '수도권상생협' 구성 기대감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필요하다.”

군사시설 보호구역, 팔당특별대책지역, 수도권정비계획 등 중첩규제에 묶여 신음하고 있는 경기 동북부 지역을 향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슬로건이다.

취임 후 첫 추경에서 동북부 SOC 사업예산을 대거 편성한 이 지사의 ‘실천’에 동북부 지역 주민들의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하다.

이중, 삼중으로 엮여있는 규제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도 뿐만 아니라, 중앙정부 그리고 국회와의 협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21일 경기도가 발표한 2018년 경기도 규제지도에 따르면 현재 도내에서 가장 심한 규제를 받고 있는 지자체는 광주, 양평, 가평, 여주, 이천, 남양주, 용인 등 경기 동부지역 7개 시·군이다.

1990년 팔당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된 이들 시·군내 규제 면적은 2천97㎢로 도 전체 면적의 21%, 서울시 면적의 3.5배에 달한다.

또 경기 동부지역은 수도권정비계획법상 대부분 지역이 자연보전권역에 속해 중첩규제로 시달리고 있다.

대북 접경지역인 경기 북부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경기 북부지역의 군사시설 보호구역은 1천878㎢로 도내 전체 군사시설 보호구역 면적(2천351㎢)의 79%를 차지한다.

이중 연천군은 전체 행정구역 면적의 97%가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묶여 있으며, 파주는 90%, 김포도 80%가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경기 동부는 2천500만 수도권 주민들의 식수를 위해, 경기 북부는 국가 안보라는 미명으로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들이 겪는 희생의 정도는 시·군별 GRDP(지역내총생산)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2015년 기준 용인시를 제외한 경기 동부권의 광주·양평·가평·여주·이천·남양주 등 6개 시·군의 GRDP 총합은 32조478억7천700만 원이었다.

반면, 같은해 화성시의 GRDP는 45조4천545억6천600만 원으로, 6개 시·군의 합산 GRDP가 화성시 1년 GRDP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기준 이들 6개 시·군의 15세이상 경제활동인구는 124만8천여 명으로, 같은해 수원시의 경제활동인구 102만 명과 불과 20만 명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중첩규제로 인한 희생이 수도권내 지자체간 극심한 불균형 성장이라는 역차별로 번진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수도권 규제의 해결 방안은 요원한 실정이다.

2004년 참여정부 당시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신수도권 발전 및 혁신도시 건설방안’이 발표된 후 10년 넘도록 수도권 규제 합리화 논의가 진행돼 왔지만, 아직도 계획적 관리체제 전환이나 권역조정, 정비발전지구, 자연보전권역내 공장입지, 공장총량제, 대학유치 등 풀리지 않은 과제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에 적용되고 있는 중첩규제는 수정법과 환경정책기본법, 군사시설보호법 등 법령에 근거한 규제들이기에 중앙정부와 국회의 협조 없이는 도의 역량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태다.

다만 이번 6·13 지방선거를 통해 수도권 3개 광역단체장이 ‘수도권 상생협의체’ 구성에 합의함으로써, 앞으로 공통과제로 대응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도 관계자는 “이재명 지사가 평화부지사를 신설하고 동북부 지역에 특별한 보상을 약속했지만, 근본적인 법령 개정 등이 이뤄지지 않는 한 이 약속이 지켜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며 “경기도가 수도권 규제 개선에 주도적 역할을 맡을 수 있는 민선 7기만의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영민기자/hym@joongboo.com

팔달보호구역. 사진=연합
팔당보호구역.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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