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류는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따라서 모든 국가는 국민에게 최저주거수준 이상의 적절한 주거를 공급할 의무를 지닌다. 우리가 잘 아는 UN기구가 가장 중시하는 것이 바로 인도적 차원의 주거권이다. 우리나라 주거수준은 현재 주택보급률 103.5%(2016), 1인당 평균 주거면적 31.2㎡(2017) 등으로 주택의 절대 부족은 대체로 해소된 편이다. 그러나 아직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빈곤층이 5.9%(2017)으로 파악되어 포용적인 주택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과제를 안고 있다. 북한 역시 주택을 주민들이 기본적 삶을 영위하고 노동력의 재생산을 도모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재화의 한 종류로 보고 있다. 남북 경제협력시대에 북한의 주거실태를 살펴보자.

모든 형태의 주택을 북한에서는 살림집이라고 부른다. 살림집은 우리나라의 일반주택에 해당하는 ‘땅집’과 ‘아파트’로 구분된다. 땅집은 독집(단독주택), 문화주택(연립주택), 하모니카주택(다세대/단층주택) 등으로 구분된다. 살림집은 국가의 계획하에 공급되고 배정되지만, 시장의 활성화에 의한 자본이 축적되면서 시장을 통한 살림집(주로 아파트)의 공급이 늘어나고 있다. 토지주택연구원의 연구(2015)에 따르면 북한 당국의 발표로는 주택보급률 99.8%이나 실제는 가구수 대비 30~40% 부족한 것으로 파악된다. 주택유형별 비중을 살펴보면 연립주택이 43.9%로 가장 많고, 단독주택 33.8%, 아파트 21.4%이다. 도시지역 공동주택 비율은 32.5%인데, 이중 평양은 61.7%로, 단독주택 비율은 6.4%에 불과해 평양이 타 도시에 비해 아파트 중심의 도시임을 알 수 있다. 집안에 수도가 설치된 세대가 도시지역 89.5%, 평양 95.7%로 대부분 식수 공급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발표되고, 수세식 개인 화장실을 설치한 주택비율도 도시지역의 경우 66.3%, 평양의 도시지역은 83.5%로 조사되어 도시 생활을 위한 기본인프라 구축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난방시설의 경우도 단독주택의 66.8%가 나무를 연료로 하고 있으며, 공동주택의 경우 60% 정도가 가정용 석탄난방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보일러를 사용하는 한국과는 달리 북한은 주방에서 석탄이나 땔감을 이용하기 때문에 일산화탄소를 동반한 매연 발생으로 주방과 식탁은 구분되는 주택의 구조가 특징적이다.

또한 북한의 주택은 소유권이 아닌 사용권을 가진다. 살림집은 당국으로부터 입사증을 교부 받아 거주비용으로 평균 생활비의 3%내외 비용을 주택관리기관에 납부한다. 공식적으론 주택매매가 불법이지만 최근 평양과 같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약 70% 이상 살림집 매매가 음성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인 ‘장마당’처럼 입사증(등기부등본)으로 살림집이 거래되는 주택시장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러한 주택시장은 근본적으로 북한의 주택부족에 따른다. 북한은 1980년대 전후로 베이비붐 세대의 결혼 적령기를 기점으로 주택부족이 극에 달했고, 고난의 행군시기인 1990년 중반 이후에는 주택 배급제가 사실상 붕괴되었다. 2000년대 이후에 남한과 같이 신도시내 아파트 건설 붐은 국가 권력, 개인투자자(돈주), 관료들이 결합해 일정한 주택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북한에 조성되는 80%의 아파트는 민간에 의해 건설되며, 신축된 아파트의 1/3 정도가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아파트 중에는 수영장과 피트니스 시설도 갖추는 대동강의 고급 아파트인 ‘평해튼(평양의 맨해튼)’과 같은 고급아파트가 존재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파트들은 부실시공으로 인한 각종 안전사고가 노출되어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최소 8층 이상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아파트 승강기(엘리베이터)는 심각한 전력난으로 인해 운항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처럼 북한의 주거수준은 대부분 UN이 정한 최저주거기준에도 미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경제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주택은 시장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나, 자본투자와 기술수준이 매우 열악하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남북경제협력 시대에 인도적 차원에서라도 북한 주민들이 최소한의 주거권을 적극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최근 북한 주택관련 토론회에서 이 같은 북한의 주택문제 해결에 드는 총비용은 약 7조원 정도로 추정되었다. 따라서 남북 경제협력을 앞두고 기본권 관점에서 기존 주택재건축 및 리모델링 사업, 상하수도, 전력 등 생활인프라 사업, 남북이 상호 이익이 되는 공공주택사업 등 다양한 정책적 참여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재준 아주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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