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0회 수업 후 형식적인 평가… 사교육 막으려 통과여부 미기재
제대로 못해도 추가교육 안 해
④ ‘평가”없는 생존수영 현장서는 실효성 의문
#의왕의 A 수영장. 생존수영 교육 마지막 날을 맞은 학생들은 2개로 조를 가만히 물에 오래 떠 있을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초반 자신 있는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물에 뛰어들었지만 갈수록 주저하는 학생들이 늘어났다. 시간을 주고 다시 도전할 기회를 줬지만 끝내 2명의 학생은 입수를 거부했다. 한 학생은 눈물을 터트리기도 했다. 최종 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셈이다. 이날 생존수영 교육에 참여한 학교 관계자는 “물이 무섭다며 교육을 하나도 받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수원에 있는 B 수영장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생존수영 교육에 대한 평가가 시작되자 학생들은 한 명씩 물에 들어가 팔다리를 모두 벌리고 대(大)자로 누워있도록 하는 생존 뜨기 자세를 취했다. 몇 초 지나지 않아 절반 이상이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허우적거렸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재평가나 추가 교육은 진행되지 못했다. 이날을 끝으로 생존교육 10차시 교육이 마무리돼야 하기 때문이다.
29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생존수영 교육은 도교육청이 지난해 자체 개발한 ‘초등학교 생존수영교육 표준교육과정’에 따라 진행된다.
총 10차시(1차시 기준 40분) 교육을 기준으로 구성됐으며, 교육 마지막 날은 복습 및 종합평가가 이뤄지는 시간이다. 주요 평가 항목은 ▶가만히 물에 오래 떠 있기 ▶25m 이동하기 ▶수영장 바닥 짚고 오기 등 학생들이 생존수영 교육에서 배운 내용으로 구성돼있다.
그러나 해당 평가가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다 보니 현장에서는 생존수영 교육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는 실정이다.
현재 생존수영 교육 후 이뤄지는 평가 대부분은 학생들이 물에 오래 떠 있을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수준에서 그친다. 사교육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통과 여부에 대한 기록도 남기지 않는다.
일정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는 기준이 없다 보니 물에 뜨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추가 교육은 진행되지 않는다. 교육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일부 강사들은 생존수영 교육을 위해 마련된 커리큘럼이 아닌, 자신들이 가르치기 편한 영법 위주의 강의를 진행하기도 한다.
도내 한 수영강사는 “지금은 그냥 물하고 친해지자는 성격에서 생존수영 교육이 끝난다”면서 “매뉴얼이 있지만, 평가는 없다 보니 일부 강사들은 자신이 배웠던 영법 위주로 생존수영 교육 시간을 보내려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고양에 있는 사설 수영장 업체 대표도 “생존수영 교육은 수영의 또 다른 분야기 때문에 이해나 연구를 하고 아이들을 교육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이에 대한 구체적 평가가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 일부 학부모들의 요구도 있다 보니 자신들이 그동안 다른 아이들이나 성인들을 가르쳤던 것처럼 영법 위주로 교육을 진행하는 강사들도 있다”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장에서는 교육 시간을 확대하고 학생들의 기본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평가를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의왕의 한 생존수영 강사는 “어려운 평가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이 물에 뜰 수 있다거나 헤엄을 칠 수 있다는 등 기본적인 것을 제대로 확인하자는 취지”라면서 “선진국에서는 이미 다 수준별로 학생들을 나눠 교육하고 있다. 점수를 매기지는 않더라도 생존수영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했는지 확인하고, 인증해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변근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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