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장관 5명을 바꿨다. 교육·국방·산업통상·고용노동·여성부 장관이 경질됐다. 환경부 장관도 바뀔 것이라고 한다. 중폭의 개각에 대해 청와대 대변인은 “키워드는 심기일전과 국민체감”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1년 4개월가량이 됐지만 정권은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경제는 나빠졌고 민생은 고달파졌으며, 북핵 문제는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는 형국이다. 대통령 지지율의 급속한 하락이 그 방증이다. ‘적폐청산’을 내걸며 전(前) 정권, 전전(前前) 정권 때리기로 재미를 봤던 현 정권에겐 위기가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이 일부 장관 교체 카드를 꺼낸 것은 이런 불길한 흐름의 맥을 끊어보자는 것이다. 개각으로 ‘국면전환’을 해보겠다는 것인데, 그 말을 대놓고 할 수 없으니 ‘심기일전’이란 표현을 쓴 것이다.

국민체감?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일 잘 하고, 성과를 내 보자는 뜻일 테니 깎아 내릴 이유는 없다. 정권에 대한 국민의 종합적 체감지수가 높아진다면 정권도, 대통령도 박수를 받을 것이다. 정권 재창출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장관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장관을 교체한다고 해서 성과가 절로 나고, 정권에 대한 국민 체감지수가 자동으로 올라가진 않는다. 바뀐 장관이 잘 할 것이라고 속단할 수도 없다. 전임자보다 전문성이 더 떨어진 장관 후보자도 있지 않은가. 후임들의 역량은 차분히 지켜보면서 판단하면 되는 문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정권의 주요 정책, 특히 실패했다고 지적받는 것들을 그대로 두고 장관만 바꿀 경우 ‘국민체감’이 좋아질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1일 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청와대에서 열린 당·정·청 전원회의에서 내려진 결론은 경제난(難)과 민생고(苦) 심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속도를 오히려 높이겠다는 것이었다. “고통을 최소화하는 보완책을 마련하면서”라는 단서가 달렸지만 역효과를 내고 있는 기존 정책을 한층 더 강하게 밀어붙이겠다는 거였다. 절대 다수의 경제학자들이 비판하고, 김동연 경제부총리나 김광두 국민경제자문위 부의장 등 정권의 일부 핵심인사들도 우려를 표명한 소득주도성장론의 추진속도를 더 내겠다고 하니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지 않나 싶다.

소득주도성장론을 이처럼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데 그 핵심 수단인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문제를 다루는 고용노동부 장관을 민주당 의원에서 관료 출신으로 바꾼다고 한들 무엇이 얼마만큼 달라지겠는가. 소득주도성장론이 기업의 의욕을 꺾고 있는 상황에서 ‘혁신성장’을 주창하고, 관계 장관(산업통상)을 학자에서 관료 출신으로 바꾼다고 해서 기업 투자에 불이 붙고, 일자리가 넘쳐날 것 같은가. 게다가 혁신성장은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닌가. 규제개혁은 거의 말뿐이고, 노동개혁은 시도도 못하고 있지 않은가. 혁신의 알맹이도 없으면서 무슨 재주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 정권은 국민과 국민경제를 이념의 실험대상으로 삼는 것 같다. 1년 이상의 실험이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는데도 실험의 강도를 높이겠다고 하니 이쯤 되면 오기나 교조주의 콘테스트의 1등감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간다면 이 정권도 ‘삼류’라는 소릴 듣게 될 것이다. 대통령은 ‘일류’가 되고 싶지 않은가. 그걸 바란다면 무능한 장관 교체에 그치지 않고 현실에서 통하지 않는 정책들과 태도까지 싹 바꿔야 한다. 정책실패를 인정하고 수정하는 유연성을 갖추지 않으면 일류가 되기 어렵고, 정권에 우호적인 국민체감 지수도 올리기 어려울 것이다.

 

이상일 전 국회의원(단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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