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기 유학자인 우암 송시열(1607~1689)의 묘는 충청북도 괴산군 청천면 청천리 7-1(청천8길 19)에 있다. 본래 묘소는 수원 묘봉산에 있었으나 8년 후 이곳으로 이장하였다. 우암은 정계에서 물러난 후 화양계곡이 있는 청천에서 은거했다. 송시열은 주자를 신봉했다. “세상의 모든 이치는 주자가 바르게 해석 해놓았으니 이를 벗어나는 것은 모두 사문난적이다”고까지 말한 인물이다. 주자가 되고자 했던 송시열은 노년에 주자의 무이구곡(武夷九曲)을 본떠 이곳에 화양구곡(華陽九曲)을 만들었다.

그런데 몸은 화양구곡에 있는데 마음은 정치를 떠나지 않았다. 남인 출신인 장희빈이 아들을 낳자 숙종은 원자(元子: 세자 예정자)로 책봉하고 이를 종묘에 고했다. 그러자 송시열은 인현왕후가 아직 젊은데 후궁의 아들을 원자로 책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반대 상소를 올렸다. 인현왕후는 자신과 같은 서인 민유중의 딸이다. 늦은 나이에 아들을 본 숙종은 화가 났다. 왕조 국가에서 종묘에 고한 것을 번복하라고 하는 것은 왕권을 능멸하는 대역죄다. 송시열을 제주로 유배 보냈다. 그러자 남인들이 송시열을 국문해야한다며 한양으로 압송할 것을 고하였다.

숙종은 송시열을 국문했을 때 그로 인한 정치적 파장을 우려했다. 금부도사를 보내 송시열이 전라도 정읍에 도착했을 때 사약을 내렸다. 사약을 받은 송시열은 임금이 있는 한양을 향해 두 번 절하고 금부도사가 건네는 사약 두 사발을 마시고 83세를 일기로 숨을 거두었다. 이 소식을 들은 전국의 유생들이 그를 애도하기 위해 정읍에 모여들었다. 수제자인 권상하가 수차례 눈을 감겨주어도 끝내 감지 못했다고 한다.

송시열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이다. 동방의 공자·맹자·주자에 버금가는 송자(宋子)라고 칭하는가 하면, 오직 당리당략에만 치우친 당쟁의 원흉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송시열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람이 많다. 좋게 평가할 리가 없다. 정치·학문·종교·사상은 사람을 이롭게 하는데 목적이 있다. 사람을 위해 필요한 것들이지,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절대 옳은 일이 아니다.

 


음택 답사를 다니면서 느끼는 것이 있다. 당쟁이나 사화로 사람을 많이 죽게 한 인물의 묘는 대부분 명당이 아니라는 점이다. 옛날부터 적선적덕을 해야 명당에 묻힐 수 있다고 했다. 선을 쌓아야지 악을 쌓은 사람은 땅이 거부한다고도 했다. 사람은 땅을 알지 못하지만 땅은 사람을 알아보는 모양이다. 송시열의 묘 역시 소문과 달리 좋은 자리가 아니다. 이 자리는 장군대좌형으로 소문 나 있다. 앞에 장군 깃발과 같은 산이 있어 그랬던 모양이다. 그런데 병졸에 해당하는 산이 없어 발복이 안 되자 후손들이 청천시장을 묘 아래에 개설하여 사람들을 몰려들게 했다. 사람들을 병졸로 본 것이다. 그 뒤로 후손들이 번창 했다고 하나 이는 어디까지나 꾸며낸 이야기다.

묘지 입구에서 묘지 쪽을 바라보면 뒷산이 단아한 귀인봉으로 잘 생겼다. 계단을 따라 묘지에 오르면 산세가 정말 멋져 보인다. 특히 앞산은 10개가 넘는 봉우리들이 일렬로 서있는데 마치 장군의 깃발이 나부끼는 것 같기도 하고, 귀인들이 줄서서 절하는 모습 같기도 하다. 주변 산세로만 본다면 문명 높은 학자가 묻힐만한 자리다. 또 문무겸직의 후손을 배출할 만한 자리다. 그러나 풍수에서 가장 중요한 맥이 연결되어 있지 않다.

이곳의 산맥은 백두대간 속리산(1057,7m)에서 분맥한 한남금북정맥의 좌구산(657.4m)에서 비롯된다. 좌구산에서 남쪽으로 뻗은 맥이 청천면의 주산인 설운산(588m)을 만들었다. 설운산에서 면소재지까지 내려오는 맥은 힘이 있으나 우암 묘로 오는 맥은 약 20m 정도를 일자로 쭉 뻗었다. 맥의 변화가 활발하면 생왕룡이지만 일자로 쭉 뻗으면 죽은 용인 사절룡이다. 도구나 우암 묘는 이 맥 조차도 연결되지 않았다. 맥이 양쪽으로 갈라져 나간 그 사이에 묘가 위치한다. 묘 앞을 흐르는 구룡천은 청천면소재지를 감싸고 흐르고, 이곳은 무정하개 지나간다. 산과 물이 서로 감싸주어야 제대로 된 혈을 맺는 법이다.

형산 정경연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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