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 348곳서 화학물질 배출… 1.6km 내 도민 219만여명 생활
4년간 사고 100여건… 안전 비상

빛나는 만큼 그림자도 짙다. 국내 화학산업 규모는 세계 5위 수준으로 국가산업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매번 발생하는 화학사고로 노동자는 물론 지역주민까지 불안감에 떨고 있다. 실제 2013년부터 올해 6월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화학물질 사고는 500여건에 달하며, 이로 인해 540여명이 크고 작은 인명피해를 입었다.

2012년 경북 구미에서 발생한 불산 누출 사고를 계기로 전국에 화학물질을 다루는 조례가 제정되며 화학물질 관리 체계 구축은 순조로운 듯 보였다. 하지만 조례 제정에 강제성이 없다 보니 전국 지자체 중 15%만이 관련 조례를 제정해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마저도 지자체의 일부 권한이 제한돼 있어 관련법 개정이 절실하다. 본보는 화학물질 관련 조례의 개선점과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짚어보고자 한다.

사진=KBS 방송 캡쳐
사진=KBS 방송 캡쳐

 


유해물질 맡는 도민 100만명



#2012년 9월 경상북도 구미시 소재 화학제품 생산업체 휴브글로벌에서 플루오린화수소 가스가 유출돼 근로자 5명이 죽고 소방관 18명이 다쳤다. 가스 확산으로 인근 주민 1천500여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고, 가축과 농작물이 집단 폐사해 피해규모가 수백억 원에 달했다. 그 후에도 유해화학물질이 완전히 제거되지 못한 마을에서 주민들은 수 년간 후유증을 겪어야 했다.

#2013년 1월 화성시 반월동 소재 삼성전자 화성공장에서 유독물질인 불산(불화수소산)이 누출돼 근로자 1명이 죽고 4명이 다쳤다. 더욱이 출동한 소방대원이 불산에 물을 분사한 결과, 불산과 물의 화학반응으로 사태가 더욱 악화됐다. 공장 3km 이내 주민들은 구토와 두통 등을 호소했지만, 사고 발생 5시간이 지나서야 대피를 완료할 수 있었다.

 

매년 발생하는 화학물질 누출 사고로 근로자는 물론 인근 주민까지 피해를 입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에도 130만여 명이 독성 높은 화학물질을 배출하는 위험사업장 인근에서 생활하고 있어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환경부,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에 따르면 도내에는 발암물질 등 고독성물질을 배출하는 사업장이 348곳 운영되고 있다.

사업장 1마일 내에만 도민 213만여명이 생활하고 있으며, 1km 이내에 있는 도민도 92만8천여명에 달한다.

2016년 강 의원과 ㈔일과건강,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환경부가 발표한 화학물질 배출량 조사 보고서를 분석해 이러한 통계를 내놨다.

고독성물질 사업장 근처에는 초·중·고등학교도 수백여 곳이 자리 잡고 있어 학생들의 건강도 위험에 노출돼 있다.

자료에 따르면 사업장 반경 1km내 유치원 및 초등학교는 304곳, 중고등학교, 대학교 및 특수학교 등은 109곳이 위치해 있다.

더욱이 사고로 누출된 화학물질은 몸에 누적됐다가 수년 뒤 만성질환으로 나타날 수 있어 위험성이 더욱 크다.

실제 1988년 남양주에 있는 섬유업체 원진레이온에서 이황화탄소가 누출돼 1천여명의 노동자들이 이황화탄소에 중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중 일부는 24년이 지난 2012년에 중독 증상을 호소하기도 했다.

더욱이 도내 화학물질 사고는 지속 발생하고 있어 지역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2014년 36건이었던 화학물질 사고는 2015년 36건, 2016년 18건, 지난해 19건, 올해는 8건으로 집계되는 등 최근 4년간 100건 이상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4명이 사망하고 171명이 다쳤다.

전문가들은 화학사고의 근본 원인은 안전 문제를 경시하는 기업과 방관하는 지자체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천영우 인하대 안전환경융합연구센터 교수는 “화학사고는 몇 십년 전부터 발생했지만 이제서야 시민의식이 향상돼 발견되고 있다”며 “화학사고를 막으려면 공무원들의 책임감,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도 중요하지만, 도내 지자체장의 문제의식과 해결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성욱·신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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