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정책은 역대정부의 핵심공약이자 중요한 민생정책이었다.

‘88올림픽이후 저환율·저유가·저금리의 ’3저현상‘이 지속되어 부동산가격이 폭등하자 정부는 토지공개념 도입 등 고강도의 부동산대책을 내놓는다. 그럼에도 현재의 베트남처럼 성장하던 한국경제는 주택가격의 상승을 견인하여 마침내 200만호주택공급이라는 특단의 주택공급확대정책을 내놓는다. 저렴한 주택을 대규모로 단기간에 공급하는 정책은 뜨거운 주택시장을 진정시켜 한동안 주택시장은 잠잠해진다.

외환위기 극복 이후 2000년대 중반, 또 한 차례의 피크를 맞이하게 된다. 노무현 정부는 종합부동산세라는 강력한 대책을 수립하였으나 앙등하는 주택가격을 막기에 어려움이 컸다. 게다가 강남발 주택가격의 파장은 주변지역으로 확산되어 ‘버블세븐’이라는 신조어를 만들기도 하였다. 노태우정부 때의 1기 신도시공급에 이어 노무현정부 시절에는 2기신도시공급이라는 대규모 주택공급정책을 통하여 주택시장의 요동을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의 정부에서도 주택공급정책은 가장 핵심적인 대통령공약으로 자리잡아왔다. 이명박정부의 보금자리주택정책은 2기신도시보다 수요자에 가까운 거리를 확보하기 위하여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강공을 선택한다. 그린벨트를 해제하여 주택을 공급하는 일은 수요자에게 가깝다는 이점뿐 아니라 저렴한 토지확보 면에서도 유리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박근혜정부의 행복주택은 이보다 더 도심으로 들어와 유수지나 철도부지와 같은 공공유휴부지를 활용하여 도심접근성과 저렴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현재의 주택가격 상승이 투기세력의 담함 때문인지, 수급불균형 때문인지 증명하기 어렵다. 또 금리, 환율, 주가 등 부동산 외적인요인도 복잡하여 이를 명쾌하게 규명하기 어렵다. 따라서 과거의 경험을 살려서 수요관리와 공급확대의 두가지 방법을 적절히 취사선택하여 사용해야 할 것이다. 사람피부에 각질이 벗겨져 자연스러운 멸실이 생기듯이 주택시장에도 주택재고의 3%에 해당하는 멸실을 대신하는 공급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역대 정부의 주택정책을 보면 무엇보다도 수요관리와 공급확대의 온탕과 냉탕을 적절히 활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공급을 하자면 수요에 부응하는 입지, 가격을 맞추어야 한다. 1기신도시나 2기신도시를 공급하던때는 우리가 빠르게 성장하던 시기, 주택보급률이 낮던 시기였다. 지금은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면 쉽게 미분양주택을 찾아볼 수 있고, 지방으로 가면 ‘미분양의 무덤’이 수두룩하다. 따라서 주택가격상승의 진앙지인 강남에서 30분 통근권내에 있으면서도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는 ‘숨어있는 입지’를 찾아내야 한다. 또 지역주민들의 요구와 반발도 수렴해가야 하는 고차의 방정식을 풀어내는 일이다.

그린벨트를 풀어서 주택을 공급하고, 용산공원이나 목동의 유수지에 주택을 공급하자는 등의 제안이 이어지고 있다. 도심의 유휴부지에 고밀도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여 컴팩트 도시를 만들자는 주장도 있다. 그린벨트를 풀어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게 되면 가까운 곳에 공공임대주택을 확보하는 편익이 있으나, 녹지를 훼손해야하는 비용이 발생한다. 용산공원에 주택을 공급하는 경우, 도심부의 센트럴파크를 포기해야 하는 손실이 발생한다. 컴팩트 도시의 적정밀도는 얼마일까,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고밀복합화할 수 있는, 혹은 해야하는 거점은 어디일까 ? 외곽에 미니신도시를 공급하는 경우 얼마나 먼 곳까지를 통근권으로 볼수 있을까?

이런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신중한 토론과 공감대구축이 필요하다.

앞으로 예정된 수도권광역급행철도가 개통되면 주거지의 확산이 예상된다. 이 경우 새로운 신도시와 고용중심지 개발이 필요한 바, 현재 진행중인 ‘주택공급확대’정책도 이러한 변화를 고려하여 논의되면 좋겠다. 4차산업혁명의 진전으로 새로운 일자리는 매우 한정된 지역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즉, 새로운 주거지의 입지는 광역교통과 신성장산업의 입지와 함께 풀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주택가격안정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어디에 어떤 주택단지를 공급하고, 그린벨트나 공공시설용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는 단기적인 가격대책을 떠나 미래 수도권의 공간구조를 바꾸는 일이므로 매우 신중해야 한다. 주택공급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수요의 진앙지인 강남재건축을 허용하는 일, 그린벨트와 공공시설용지에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일, 외곽에 미니신도시를 건설하는 대안 등을 놓고 미래 수도권의 청사진을 새롭게 그려보자.

김현수 경제와삶 컬럼 9월호 단국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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