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사고대비 물질 취급 업체, 지자체 19곳에 100여개 허가
관련 조례제정은 9개 시·군 뿐… 전문가 "누출사고 그대로 노출"

빛나는 만큼 그림자도 짙다. 국내 화학산업 규모는 세계 5위 수준으로 국가산업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매번 발생하는 화학사고로 노동자는 물론 지역주민까지 불안감에 떨고 있다. 실제 2013년부터 올해 6월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화학물질 사고는 500여건에 달하며, 이로 인해 540여명이 크고 작은 인명피해를 입었다.

2012년 경북 구미에서 발생한 불산 누출 사고를 계기로 전국에 화학물질을 다루는 조례가 제정되며 화학물질 관리 체계 구축은 순조로운 듯 보였다. 하지만 조례 제정에 강제성이 없다 보니 전국 지자체 중 15%만이 관련 조례를 제정해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마저도 지자체의 일부 권한이 제한돼 있어 관련법 개정이 절실하다. 본보는 화학물질 관련 조례의 개선점과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짚어보고자 한다.
 

 

②위험 키우는 지자체의 무관심



경기지역내 안전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업체가 100여곳에 달하지만, 화학물질 관련 조례를 제정한 지자체는 9곳에 그쳐 안전사고에 무방비라는 지적이다.

17일 환경부, 경기도내 지자체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12년 경북 구미에서 발생한 불산 누출 사고 이후, 관련법(화학물질관리법)을 개정하고 각 지자체가 화학물질 사고에 대비할 수 있는 관련 조례를 제정토록 했다.

이에 환경부는 ‘사고대비물질’을 보유하고 있는 사업장은 화학물질 종류, 보유량, 안전조치 방안 등이 담긴 계획서를 제출토록 했다.

사고대비물질은 독성과 폭발성 등이 강해 누출 시 대형사고로 번질 수 있어 사고대비 계획 등이 필요한 화학물질로, 현재 총 97개로 분류된다. 구미 사고의 원인 물질인 불화수소 역시 사고대비물질로, 소량이어도 인체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어 특별 관리를 받고 있다.

그러나 도내 사고대비물질을 취급하는 업체가 19개 지자체내 100곳이 넘지만, 화학물질 관련 조례를 제정한 지자체는 단 9곳뿐이어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화학물질관리법이 시행된 2015년 1월 1일부터 현재까지 환경부는 전국의 사고대비물질 보유 업체를 심의하고 있다.

이중 도내에서는 업체 144곳이 사업장내 화학물질 정보를 제출하고, 영업허가를 받은 상태다.

하지만 사고대비물질 보유량이 기준치 이하일 경우에는 신고 의무가 없어, 통계치에 잡히지 않는 업체까지 포함하면 도내 사고대비물질 보유 업체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반면, 화학물질 관련 조례를 갖춘 지자체는 수원·성남·김포·동두천·안산·연천·의정부·파주·평택 등 9곳에 불과하다.

특히 용인과 광명의 경우 2016년 기준 1급 발암물질인 톨루엔, 메탄올 등이 포함된 화학물질을 연간 500t 이상 배출했지만, 관련 조례는 전무한 실정이다.

조례 제정에 강제성이 없다 보니, 화학물질 사고를 겪으며 심각성을 인지한 지자체 위주로 조례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안전사고가 발생하거나 경각심을 느끼지 않는 이상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는 조례를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일부 지자체에서는 조례를 제정한 후에 화학물질 사고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을 지자체가 떠안을까봐 부담스러워 하는 곳도 있는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현재순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 사무국장은 “화학물질 관련 조례가 있어도 누출 사고 발생 시 제대로 된 대응을 하기가 쉽지 않은데, 조례 자체가 없으면 사고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것”이라며 “경기지역은 특히나 화학물질 보유 공장이 많아 조례 제정이 필수”라고 말했다.

정성욱·신경민기자

사진=연합(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연합(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