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화두는 "화해, 통일, 미래, 희망, 철도, 한민족"등의 키워드가 주류를 이루는 분위기다. 남북 정상이 만나고 그 동안의 대결구도를 화해모드로 바꾸고자 하는 여러 가지 노력이 국민적 염원에 조금씩 현실로 다가서는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관련단체가 '남북철도 대륙을 품다'라는 슬로건을 기치로 '70년 침묵을 깨는 침목'이라는 남북철도연결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 단체는 이미 '동해북부선 연결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구체적인 활동에 들어갔는데 "희망의 철도, 평화침목 이어가기" 민간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아주 시의적절하며 의미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남북철도가 끊어진지 70여년, 이제 긴 침묵에서 깨어나 낡고 부서진 침목을 거둬 내고 새로운 침목을 깔고 강릉에서 북한을 지나 시베리아횡단 철도와 연결하면 부산에서 동유럽까지 한 길로 갈 수 있을 것이다. 철도는 부산에서 '강릉-원산-나진'한반도를 지나 '블라디보스톡-우수리스크-하바롭스크-이르쿠츠크-노보시비르스크-예까쩬부르크-모스크바'에 이르는 대장정이다. 이 철도가 연결돼 기차를 탈 수 만 있다면 남북한은 물론 러시아와 일본 등 주변국가 모두에게 크나큰 선물이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시작 한다면 머지않아 기차를 타고 우수리스크로 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된다.

연해주 우수리스크는 우리 한민족에게는 매우 중요한 지역이기도 하지만 새마을에게도 매우 의미있는 곳이다. 우수리스크는 한민족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가진 발해(渤海)의 중심지기도 하고, 라지돌리노예역에서 출발해 중앙아시아 황무지에 버려지기까지 숱한 고초를 겪은 고려인들의 한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그런가하면 독립운동가의 흔적이 많은 항일운동 거점이기도 하다. 우수리강가에는 이상설 선생 유허비가 있고, 우수리스크 시내에는 고려인들이 가장 추앙하는 '최재형 선생'이 마지막으로 숨어 계시던 곳도 있다. 인근 블라디보스톡에는 신한촌과 서울거리, 두만강 너머에는 고려인 최초의 정착지인 치신허에는 '안중근 선생'의 단지동맹비가 있다. 우수리스크 시내에 자리 잡은 '고려인문화센터'는 고려인과 독립 운동가들의 박물관과 공연장 등이 있어 고려인 후손들의 민족문화 전통계승 활동과 관광객들의 항일유적탐방 코스를 유명해졌다. 

새마을은 2000년 봄부터 연해주 우수리스크에서 문화센터를 운영했다. '고합그룹'에서 매입·기부하여 '고려인재생기금'이 운영하던 건물이었는데 일부가 불에 타버려 한참을 비워 둔 상태였다. 새마을운동중앙회는 이 건물을 수리해 우수리스크 고려인협회와 힘을 합쳐 고려인문화센터 내 "컴퓨터교실, 사물놀이, 한글학교, 태권도"등을 전하는 활동을 펼쳤다. 운영자들은 '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의 도움으로 대학생 자원봉사자를 파견시켜 운영했다. 새마을은 이미 그 때에 '남북러'합작 사업을 추진한 경험이 있는 것이다. 문화센터에는 새마을보다 먼저 북한 피바다가극단의 공훈배우 출신 선생이 고려인 청소년들에게 전통 춤을 가르치고 있었다. 무용단의 이름은 '아리랑가무단'이었는데 그 실력이 대단해 러시아 소수민족 콩쿠르에서 우승, 명성을 떨치기도 했다. 그런 연유로 한국에 초청돼 국내 순회공연을 했다. 그 제자 중 한 사람인 김옥사나는 금년 추석에 방영될 '추석맞이 전국노래자랑 세계대회'에서 당당히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참으로 대단하고 고마운 일이다. 

철도는 생명 줄이다. 소통이자 역사다. 꼭 남북철도가 이어져 다가오는 평화시대에 다시 한 번 새로운 못다 한 꿈들이 펼쳐지기를 바란다. 우수리스크에 가면 그 곳에서 후배들을 위해 안내하고 가교역할 해 주고 싶다. 어느덧 연해주에서의 새마을활동은 연해주 한인 개척사의 작은 역사가 됐다. 통일이 오기 전에 '철도'가 연결돼 문화를 나르고, 경제를 나르고, 한류를 날라 '배달'과 '고조선'으로 이어지는 한민족 7천년 역사의 환한 기상이 대륙을 가로질러 세계만방에 펼쳐지기를 기대해 본다.

황창영 경기도새마을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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