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유해물질 노출 위험 불구 발생 2시간 후 대피문자 발송… 화성시 "내부검토 하다 늦어졌다"

19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의 한 반도체 세정공장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에 나섰다. 사진은 불이 난 공장. 사진=경기도재난안전본부
19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의 한 반도체 세정공장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에 나섰다. 사진은 불이 난 공장. 사진=경기도재난안전본부

 

화성의 한 공장에서 대규모 화재가 발생, 공장 내에 있는 불산 등 유해 물질이 인근 주민 등에 노출될 상황이었지만 화성시가 이 같은 사실을 주민들에게 제때에 알리지 않아 논란이다.

더욱이 시는 사고가 발생한 지 2시간이 지나서야 뒤늦게 주민 대피 문자를 발송해 빈축을 사고 있다.

19일 경기도재난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20분께 화성시 향남읍 한 반도체 세정공장에서 불이 났다.

소방당국은 대응 2단계를 발령, 소방관 460여명과 헬기 2대 등 장비 40여대를 동원해 오후 6시55분께 완전히 불을 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연면적 4천300여㎡ 규모의 공장 1개 동이 전소했다.

그러나 화성시 측은 화재 발생 현장에 유해화학물질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주민에게는 이를 제때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화성시 관계자는 관련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화재 발생 당시 해당 공장에 불산이 보관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불산은 맹독성 화학물질로, 누출될 시 산소와 반응하며 인체에 치명적인 불산가스가 발생한다.

불이 난 공장 내에는 반도체 세정용 불산 80L가 보관되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2012년에도 경북 구미 한 화학제품 생산업체에서 불산가스가 누출돼 5명이 사망하고 주민 1천500여명이 병원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화성시 측은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주민대피 문자에는 불산이 누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

문자에는 화재가 발생했으니 인근 주민은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는 내용만 담겨 있었다.

더욱이 이러한 사실을 알리는 문자도 화재가 발생한 지 2시간이 지난 오후 3시26분께 발송됐다.

화재 현장 인근에서 근무하는 김모(35)씨는 “오후 3시께 소방대원이 근처에 있으면 위험하니 대피하라고 했다”며 “다행히 불산가스가 누출되진 않았지만 사고가 났다면 끔찍한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순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 사무국장은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에서 화재가 났음에도 지자체가 화학사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불산은 아차 하는 순간 대규모 인명피해로 번질 만큼 위험한 물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화성시 관계자는 “상황판단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내부 검토를 하다가 문자 발송이 2시간가량 늦어졌다”고 말했다.

정성욱·김형욱·신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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