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month)은 달(moon)의 차고 이우는 주기를 반영하여 1년에 12개이다. 개화기 이전에 한 달을 3개의 순(旬, 10일)으로 나눈 것은 사람의 손발이 10개라 셈의 편리를 취한 것이겠다. 지금은 7일 반복의 주(週)를 쓰는데 이를 칠요제라 한다. 요일의 요(曜)는 빛남이니 수요일은 수성이 빛나는 날, 금요일은 금성의 날이다. 칠요는 해와 달에 붙박이로 밝게 빛나던 태양계 행성 다섯을 더한 것이다.

서양에 7일 반복의 7요제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9년 순환의 9요제가 있어 그것으로 운수를 점쳤다. 9요제는 7요제의 일곱 별에다 “태양의 황도와 달의 백도가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해 잘 보이지 않는 숨은 별(은성) 둘을 더한 것이다. 두 개의 은성은 나후(羅?)와 계도(計都)이다. 사람의 운명을 이 아홉 개의 별이 한 해씩 번갈아 관장하는데, 이 별들이 바로 ‘직성껏, 직성이 풀리도록’처럼 쓰이는 말의 직성(直星)이다. ‘담당하는 별’을 뜻한다.

수·금·목직성의 운수는 길하고, 토·일·월직성은 어중간하며, 화직성은 흉하다. 계도직성은 매우 흉하며, 나후직성의 해는 만사 조심의 몹시 흉한 운수이다. 직성은 나이 따라 나후직성에서부터 토, 수, 금, 일, 화, 계도, 월, 목직성 차례로 든다. 직성은 전래의 세는 나이로 남자 10살, 여자 11살부터 적용하므로 남자 나이 10, 19, 28…과, 여자 나이 11, 20, 29…살은 나후직성 담당이다. 정월 대보름에 다북쑥 묶어 달님에게 복을 빌었다. 짚으로 만든 허수아비(제웅)를 태우거나 조밥을 지어 버리기도 하였는데, 모두 그 해 직성의 나쁜 기운을 눅이자는 목적이었다. 내 별(직성)에 치성드려 흉액 면하기, 직성을 푸는 것이다.

아홉수가 나쁘다는 속설이 있다. 이에 대해 더러 “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의 심리적 위축과 긴장이 불행을 초래하므로, 그 직전의 29·39처럼 9자 들어간 해에 조심하라”는 것이라 설명한다. 사실 50대가 60대로 가는 길목에서 인생 반추하니 초조하고 자괴스럽기는 하다. 그러자 몸이 예전만 못하다는 느낌도 든다. 혹시 어떤 사달이 날까 결혼이나 이사, 사업에 머뭇거리게 된다. 그러나 반대로 나이 꺾임은 새로운 다짐과 의욕 발현의 시점이기도 하다. 대체 아홉수를 조심하라는 말은 어디에서 연유하였을까.

아홉수 조심의 제일 대상은 결혼이다. 필자도 아홉수인 스물아홉에 장가들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체로 30세 이전에 결혼하였다. 한편 ‘여덟수를 조심하라’는 말도 존재한다. 아무래도 아홉수나 여덟수 조심은 직성 때문인 듯하다. 남자 열아홉과 스물여덟, 여자 스물과 스물아홉은 몹시 나쁜 흉액의 나후직성이 관장한다. 결혼 앞둔 28세 남자는 여덟수를, 29세 여자는 아홉수를 피하거나 잘 대비하라고 경계한 말일 터다. 이 말이 남녀 불문, 세대 무시하고 싹둑 잘려서 무조건 ‘아홉수를 조심하라’로 변한 것 같다.

타고난 연월일시 4주 8자에 매이지 않고, 운수가 해마다 변한다는 직성의 설정은 신선하다. 해마다 바뀔뿐더러 나쁜 직성이 들어도 연초에 액막이로 풀어준다. 올해의 삶이 팍팍하더라도 내년에 기댈 수 있다. 그러나 아무튼 직성은 무속이고 시방은 만혼 추세이니, 여덟수고 아홉수고 고민할 바 없다. 각자 형편에 맞추어 풀어가면 되겠다. 1990년 생인 아홉수 스물아홉 필자의 딸은 아직 결혼 생각이 없다. 올 추석 명절에도 어른들의 무심한 덕담에 청춘들은 오히려 상처를 받을 것이다. 사랑하는 딸아, 번듯한 직장과 결혼 그까짓 굴레와 멍에 다 일 없다. 아빠는 다만 네가 행복하다면 다 됐다. 직성껏, 직성 풀리도록 네나름의 삶을 살거라.

유호명 경동대학교 홍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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