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 분당, 여전히 천당 아래…수원·화성 등 100만 도시 인접·인구유입 증가

분당신도시 전경. 사진=연합
분당신도시 전경. 사진=연합

정부가 서울과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사이에 면적 330만㎡(100만 평) 이상의 신도시 4∼5곳을 추가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중 한두 곳은 올해 안에 입지가 공개된다. 이들 신도시에서 나오는 물량은 20만 가구로, 2021년부터 공급된다. 이에 본보는 1기 신도시로 대표되는 분당과 일산의 어제와 오늘을 긴급 진단해 본다.


정부는 서울 집값 안정화와 주택 공급량 증대를 위해 1991~1995년 수도권 내 5개 지역에 1기 신도시를 출범시켰다. 고양 일산, 성남 분당, 부천 중동, 안양 평촌, 군포 산본 등이다. 특히 일산과 분당은 가장 높은 집값 상승률을 기록하며 1기 신도시의 쌍두마차로 불렸다. 분양과 동시에 ‘천당 아래 분당’, ‘따따블 일산’이라는 별칭이 생겼다.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한 때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다. 분당은 도시 자족기능과 주변지역의 발전이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면서 전국에서 가장 집값 상승률이 가파른 지역 중 하나로 도약했다. 반면 일산은 접경지대의 리스크와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전형적인 베드타운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26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9월 기준 일산의 주택 매매가 상승률은 1.26%로 분당(16.75%) 대비 13배 이상 격차가 벌어졌다. 전년동월 상승률과 비교하면 일산(4.08%→1.26%)은 하락한 반면, 분당(12.98%→16.75%)은 치솟았다. 이 같은 격차는 아파트 매매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2014년부터의 누적 상승률로 보면 확연하게 드러난다. 2014년부터 올해 9월까지 일산이 기록한 누적 상승률은 18.53%다. 같은 기간 분당이 기록한 누적 상승률은 39.77%로, 2배 이상 차이를 보인다.

전문가들은 일산과 분당의 집값 상승률 차이의 요인에 대해 ▶일자리 ▶배후수요 ▶광역교통망 구축 등을 꼽는다. 신도시 조성 당시 원가는 비슷했으나 2000년대에 진입하면서 분당과 일산이 걸어온 노선이 다른 데다, 주변 지역의 발전상도 집값 상승폭 추이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

김현수 단국대학교 부동산학 교수는 “분당과 일산의 집값 차이는 ‘배후지 효과’에 있다. 신도시 형성 초기에는 높은 강남접근성으로 강남 주민의 유입과 소비가 많이 이뤄졌다”면서 “이후 수원, 용인 등이 차례로 100만 도시가 됐고, 이들 지역의 분당 유입이 증가하면서 소비규모가 더 커졌다”고 진단했다.

분당의 경우 초기 배후지는 강남이었다가 뒤에 용인, 수원, 화성 등으로 점차 저변확대가 이뤄졌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이어 “특히 분당은 판교신도시 건설과 함께 IT 도시로 발돋움하며 법률, 회계, 컨설팅 등 기업을 상대로 한 생산자서비스가 비약적으로 발달했다”면서 “이로 인해 고급서비스 업종과 고급인력들이 많이 유입됐고, 이는 집값, 임대료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산은 접경지대라는 한계에 부딪히면서 이렇다 할 만한 개발이 이뤄지지 못한 채 외식업, 유흥업, 판매업 등 소비자서비스 업종이 주류를 이루게 됐다. 또한 분당선, 신분당, GTX 등 주요 광역교통망이 성남 분당, 수원 광교, 화성 동탄 등 경기남부지역에 집중되면서 초기의 서울접근성 메리트마저 상실하기 시작했다. 주변도시의 발달이 분당의 주가 상승과 일산의 주가 하락을 동시에 가져온 셈이다. 일산 부동산 업계 역시 이 같은 차이가 집값 격차를 불러왔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경기북부지부 한 관계자자는 “일산은 모든 개발 호재들이 공개됐음에도 수년째 집값이 보합 또는 하락을 겪는 특이한 상황”이라며 “경쟁력 상실과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맞물리면서 시장 활기가 멈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요 도시마다 있는 ‘똘똘한 한 채’도 일산과는 거리가 먼 얘기”라며 “대세 상승장에서 일산만 집값이 지지부진하다 보니 지역주민들의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황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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