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의 허리 숙인 인사법이 뉴스 머리에 올랐다. 29일 개교 70주년을 맞은 김책공대를 방문한 자리다. 알려졌다시피 김책 공업종합대학은 북한의 가장 저명한 과학기술 교육연구의 중심이다. 반도체부터 최근에는 자동화 연구소에 이르기까지 10개의 연구소와 50여 개의 연구실이 북한 과학의 뿌리를 이루고 있다. 이 대학에서 최근 수천개의 과학연구 과제와 기술혁신 과제들을 완수했다는 사실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북한의 인재들이 이런 김책 공업종합대학에 몰리는 이유는 자명하다. 모든 게 보장되어 있어서다. 먹거리 보장의 부업 농장, 학내 기숙사와 매점, 병원, 탁아소, 유치원까지 잘 짜여 있는 거대한 교육 단위가 인재들을 유인해 낸 결과다. 지금까지의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만든 과학인재들이 그 뒤에 있다. 그것이 핵미사일이 됐건 세계적인 해커든 간에 북한은 분명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는데 성공했고 그 중심에는 이런 과학영재들이 늘 존재해 왔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서울 아파트값에 대통령부터 부동산 중개인에 이르기까지 머리가 아프다. 아군인줄 알았던 박원순 서울 시장은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에 여전히 부정적이고 결국 밀리고 밀려 서울 아파트값 정리에 미니신도시는 수도권 그린벨트로 불똥이 튀었다. 그럼에도 그린벨트는 박정희 정권 때 만들어졌으니 이제쯤 풀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얄궂은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그린벨트가 많이 훼손되어 본래의 취지가 상했으니 풀어야 한다는 논리보다 과거의 적폐로 몰아가다 보니 생기는 옥상가옥이다.

얘기의 본질은 이런 아파트값으로 인해 출산율이 또 거론되고 있다는 것. 젊은이들이 수 십 년을 먹지 않고 벌어야 아파트 한 채 살수 있다는 데서 출발한 얘기는 우리나라 합계출산율로 귀착되고 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런 상황에서도 공무원 집단은 일반 국민보다 아이를 정상보다 많이 낳고 있다는 통계다. 각 대학의 도서관 한켠에 자리 잡은 논문 코너에 공무원과 관련된 수두룩한 석박사 논문집만 봐도 우리 사회의 공무원 비중은 다양하고 높다. 공무원의 사기진작이란 논문부터 공무원 범죄에 이르기까지 공무원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의 결과물들만 봐도 그렇다. 최근 한 매체에서 조사한 공무원 출산휴가 현황이 놀랍다. 공무원이 일반 국민보다 아이를 최소 두 배는 낳고 비결은 보육과 고용 보장이다. 무슨 제도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법에 적힌 제도를 눈치 안 보고 법대로 쓸 수 있는가에 달렸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서울대학을 나와서도 편안히 윗전 눈치 안 보고 보전된 틀 안에서 자식 낳아 기르며 여가 즐길 수 있는 공무원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얘기는 일면 수긍적이다. 결국 왜 공무원만 많이 낳냐고 탓을 할 게 아니라 일반인도 공무원만큼 낳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짐작하다시피 공무원들은 맘 놓고 출산휴가를 다녀와서도 근무할 수 있다. 무슨 해괴한 팩트 공격이냐고 물으신다면 근처 친인척의 그것과 비교해 보시라는 권고를 드릴 수밖에 없다. 일단 출산을 앞둔 여성 근로자들은 공무원이나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불안하다. 일이 이어지지 않아서다. 그래서 여성 젊은이들이 솔깃한 부분은 공무원 직장어린이집 같은 육아 복지와 육아 중 눈치 볼 일이 없는 공무원 집단이다.

20대 태반이 백수여서 ‘이태백’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취업시장이 재난 수준인 셈이다. 나라 곳간을 풀어서도 힘든 일자리다. 그러다 보니 일자리 대책도 저출산 대책과 같이 가고 있다. 돈만 들이고 제자리걸음이란 얘기다. 그러나 일단 공무원으로 안착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일하는 첫걸음이다. 더구나 문 대통령의 정책은 이번 정권이 아니면 공무원이 되기가 힘들 것으로 보이고 있다. 물론 정부가 안정적인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공무원으로의 쏠림 현상을 막아야 하지만 지금의 정권은 이렇게 해서라도 일자리를 늘려보겠다고 안간힘이다. 우수 인재들이 산업현장에 나가지 않고 공무원 책상으로만 몰린다면 문제다. 전공과 상관없이 9급이나 7급 공무원 시험에 목을 매는 젊은이들이 늘어서야 국가미래를 어떻게 논하겠는가.

아르헨티나의 전체 노동자 중 18.8%가 공무원이다. 이 중 상당수가 2010년부터 시작된 공공 일자리 창출 정책, 즉 직업이 없는 실업자 상당수를 학력이나 기술 등 구체적 기준 없이 공무원으로 채용했다. 이렇게 세금으로 공공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이 아르헨티나 재정을 좀 먹어갔다. 그 결과 아르헨티나 몇몇 대 도시에 있는 무료 수프 배급소에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으며 외곽에선 집에 있는 지폐보다 물물 경제 시장이 부활하고 있다. 매일 지면에는 미국과 중국 젊은이들의 창업 소식으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우리는 공무원 지원으로 책상에 바짝 엎드려 있다. 이렇게 공무원이 된 인재들은 자신들의 우월성을 입증하려 규제만 양산할 것이 뻔하다. 그들이 갑으로 남는 길은 규제 밖에 없어서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고른 분위기를 만들어야 성장 동력도 일자리도 만들어진다. 민주당이 말하는 ‘평화가 경제’라도 말이다.

문기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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