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촌 김성수(1891~1955) 생가는 전북 고창군 부안면 봉암리 423(인촌안길 30)에 위치한다. 울산김씨(蔚山金氏)인 인촌은 당시 호남 최고 부자인 아버지 김경중과 어머니 고흥고씨의 넷째아들로 태어났다. 위의 세 형은 모두 어릴 때 죽었고 아래로는 동생인 수당 김연수(1896~1979)가 있다, 큰 아버지 김기중이 아들이 없자 세 살 때 양자로 입양 되었다. 김기중과 김경중은 한 울타리 안에서 위채와 아래채로 나누어 살았다. 그러므로 양자로 입양되었다고 해서 친부모를 떠나 자란 것은 아니다.

김성수는 오늘날 친일반민족행위자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민족사학이라 할 수 있는 고려대학교의 전신인 보성전문학교, 한때 민족정론지로 평가 받았던 동아일보, 국내 최초의 주식회사로 주식 모두를 조선인이 소유하여 민족기업의 상징이었던 경성방직을 설립한 인물이다. 1951년에는 국회에서 제2대 부통령에 선출되는 등 우리나라 정치, 경제, 언론, 교육, 문화계 커다란 발자취를 남겼다.

옛날 사대부나 재력가 집안치고 풍수를 따지 않은 집안이 없었지만 인촌가만큼 풍수지리를 신봉한 집안도 없을 것이다. 전라북도 고창·순창·부안, 전라남도 장성 일대의 유명한 명당은 모두 인촌 집안인 울산김씨가 차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안군 변산면에 있는 증조부 김명환 묘는 비룡승천형, 순창군 쌍치면에 있는 증조모 전의이씨 묘는 갈룡음수형, 고창군 선운사 뒤에 있는 조부 김요협 묘는 복치형, 고창군 아산면에 있는 조모 영일정씨 선인취와형 등이다. 부부간이라고 합장하지 않고 1인 1명당을 쓴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래서인지는 모르지만 자손이 귀했던 집안이 크게 번창했다. 인촌 김성수는 아홉 아들을 두었는데 장남인 일민 김상만이 동아일보 사장을 지냈고, 4남인 김상홍은 제5·6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동생인 수당 김연수는 일곱 아들을 두었으며 김상협은 국무총리, 김상홍은 삼양그룹 회장을 역임했다. 인촌의 선조는 대대로 장성에서 살았다. 고창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인촌의 증조부 김명환이 고창 줄포에 다녀오면서부터다.

선비였던 그는 일 때문에 줄포에 가는데 날이 어두워 인촌리 정계량 진사 댁에서 하룻밤 묶게 되었다. 주인과 객은 사랑채에서 술잔을 나누다 서로 의기투합하여 사돈을 맺기로 약속하였다. 김명환에게는 셋째아들 김요협이 있었고, 정계량은 무남독녀가 있었다. 김요협이 장가를 가 처가의 천석지기 재산을 물려받았다. 그런데 부인인 영일정씨는 재산 늘리는데 재주가 있었다. 간척지를 개간하는 등 만석지기 부자가 되었다. 이 재산은 고스란히 인촌과 수당이 물려받았다. 인촌은 이곳에서 17세까지 살았으며 고향마을 이름을 따 호를 인촌이라 하였다.

 

인촌 생가는 북향 명당이다. 주산은 소요산(445.4m)으로 호남정맥 정읍 내장산(763.2m)에서 비롯된다. 내장산의 입암봉에서 호남터널 위 갈재를 건너 방장산(733.6m)과 방문산(606m)을 거쳐 소요산을 세웠다. 그리고 북쪽으로 산맥이 내려와 학봉(또는 매봉)이라 불리는 아담한 현무봉을 만들고, 그 중심 용맥(산맥)에 인촌 생가가 위치한다. 용맥을 따라 위채와 아래채 두 집을 지었는데 구조와 형태는 똑같다. 그러나 맥의 끝은 아래채다. 따라서 위채는 생기가 흘러내려가는 곳이고, 아래채는 기가 모인 곳이다. 인촌의 큰아버지는 위채에서 살았고, 아버지는 아래채에서 살았다.

아래처가 진혈이라는 증거가 있다. 바로 사시사철 마르지 않고 솟아나는 샘물이다. 용맥을 보호하며 따라온 수맥이 합수한 곳이다. 보통은 땅속으로 쓰며 흘러가는데 용맥의 기운이 강 한데서는 지표면으로 솟아나는 것이다. 이를 풍수에서 진응수라 하며, 진응수가 있으면 그 위쪽은 대지의 증거로 삼는다. 야트막한 청룡과 백호가 감싸주며 보국을 형성하여 집은 평화롭고 화기가 넘친다. 북향집이지만 뒷산이 낮아 아침부터 저녁까지 햇볕이 잘 들어 따뜻하다. 다만 흠이 있다면 줄포만 건너 변산의 바위산들이 이 집을 넘나보고 있다. 변산은 불을 상징하는 화산이다. 이를 비보했다면 더 편안한 집이 되었을 것이다.


형산 정경연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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