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재명 도지사가 도내 공공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수술실에서 발생하는 환자 인권 침해를 예방하기 위함이라는게 이재명 도지사의 설명이다. 의사들은 기본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필자는 수술실에서 발생하는 환자 인권 침해를 예방하겠다는 도지사의 취지에 동의한다. 또한 필요하다면 cctv를 설치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것이 도지사의 권한 내의 일이라면 불법 여부를 따질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근본적인 대책일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겠다. 수술실에서 환자의 인권을 유린하고 심지어는 생명도 위협하는 인권 침해 사고가 과연 감시의 눈이 부족했기 때문일까? cctv로 의사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당장은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 감시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의사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효과는 분명 있을게다. 하지만 필자는 이것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의사들이 환자를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최소한의 인권의식만 있었더라도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환자들과 의사들이 모두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공동체의식을 가지고 있었다면, 생명은 경중을 따질 수 없는 소중한 것이라는 생명윤리만 마음에 새기고 있었더라면 인권 침해 사고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으리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문제는 의사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라면 마땅히 지녀야 할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 윤리’가 부족하다는 점 아닐까? 만일 필자의 문제의식이 일리가 있다면, 해답은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이 될 수 없다.

민주주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민주주의는 말 그대로 시민들이 주권자인 통치체제다. 시민들이 스스로 통치하고 또한 그 통치에 스스로 복종하는 통치체제를 의미한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좋은 민주주의라면 우리 사회 내부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우리가 스스로 깨우치고 논의하고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이 폭넓게 보장된다는 점이다. 민주주의는, 우리 스스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믿음 위에서 작동한다.

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의사들이 자성하고 고민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그리고 의사들의 이익을 대표하는 집단이 사회적 논의에 참여해서 과오를 반성하고 사과하고 스스로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할 것인가를 밝혀야 한다. 의사들 뿐만 아니라 경기도의회와 경기도, 환자 대표집단, 법조인, 관련 NGO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도 논의에 참여해서 원인에 대해 토론하고 함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입법활동을 통해 조례를 제정할 수도 있고 위원회를 구성하거나 사회적 협약을 맺을 수도 있다. 논의의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논의의 과정을 통해 우리 스스로가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믿음을 더욱 단단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진 정책이 오래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cctv 설치는 간편하고 손쉬운 대책이지만, 우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cctv 설치는 사회적 논의 과정에서 합의가 되면 제한된 범위 안에서 시행해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재명 도지사 주장의 명분에는 백번 동의하지만, cctv 설치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하고 싶다.

무엇보다, 의사들의 권익과 목소리를 대변하는 의사대표집단(대한의사협회 등)의 실천적 노력을 촉구한다. 필자가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각종 의료 사고가 터질 때마다 의사대표집단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 지겠거니 하며 개인의 잘못으로 치부하는 동안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의사들 스스로 반성하고 고민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있었더라면 아마 처음부터 cctv 설치 논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의사들의 기본권 침해를 말하기 전에, 먼저 환자들의 인권과 생명을 유린한 의사들에 대한 강력한 조치와 책임 있는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 없이 의사들의 이익만 주장한다면, 나중에는 cctv가 아니라 사람이 직접 감시하겠다고 하더라도 누구도 의사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유병욱 수원경실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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