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실세로 평가받는 집권여당 대표가 122개 수도권 공공기관의 추가 지방이전을 주장하면서‘공짜점심’을 먹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정부는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가 없다고 하지만 일부에서는 별다른 지역정책이 없는 문재인정부가 이를 곧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참여정부 이후 수도권 집중 해소와 지역균형발전을 명분으로 150개가 넘는 수도권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강제 이전되었다. 그러나 혁신도시는 여전히‘혁신’과는 거리가 멀고 공공기관의 이전이 지역별 나눠주기가 되면서 공공기관의 비효율성은 더 높아지고 지역에 미치는 효과도 당연히 기대보다 크지 않다.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은 수도권으로의 잦은 출장으로 예산과 시간을 낭비하며 좋은 인력들은 이직을 하고 강제이전에 따른 직원복지비용은 커지고 있다. 혁신도시의 인프라가 미비하면서 가족단위로 이전하는 직원이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평가된다. 공공기관의 이전 지역 선정과정에서는 지역간 갈등이 첨예화되기도 하였다. 한국은 중앙정부 중심의 정책구조로 인해 지역의 특성이나 발전전략과 상관없이 특정 국책사업을 유치하는 것 자체가 지자체의 목표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공공기관 지방이전정책이 모방하고 있는 프랑스의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수 십 년에 거쳐 점진적으로 기관 직원들 및 모든 관련주체들의 심도 있는 논의 및 충분한 합의와 필요성을 기반으로 추진되었다. 일본의 공공기관 이전은 동경시내에 집중되어 있는 기관들을 동경 외곽의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것이었다. 한국과 같이 충분한 여론 수렴과 합의도 없이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단기간에 지역별 나눠주기로 추진한 것은 개발연대적 유산이다.

지역균형발전은 매우 중요하다. 모든 지역이 다 같이 잘 사는 것은 국가가 지향해야 하는 최고의 정책목표이며 지역격차를 최소화해야 국가의 통합성도 높일 수 있다. 문제는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과연 이러한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하는 가이다. 더욱이 한국과 같이 지역균형발전이 정치적 도구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정치인들이 표밭을 위해 공공재산을 임의로 나눠먹는 것에 불과하다. 이러한 의사결정과정에 공공기관 직원이나 관련 지역의 주민들은 참여하지 못한다. 더욱이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해당 지역의 땅값을 높여 대다수의 원주민보다 토지를 소유한 지역유지들과 타지인들에게 개발이익을 안겨주었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미명하에 정치적 논리로 추진되는 정책들은 지역들이 지역발전을 위해 스스로 노력하기보다 중앙정부 의존적이 되도록 만든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지역의 자원을 발굴하고 주민들에게 귀 기울이며 함께 노력하기보다 공공기관의 유치와 중앙정부의 돈을 따기 위해 힘 있는 정치인들을 대접하는 데 몰두하게 된다.

정부는 아직까지 참여정부를 뛰어넘는 구체적인 지역정책의 그림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이제까지의 지역균형발전정책이 진정으로 지역주민들을 위한 정책이었는지에 대한 숙고가 필요하다. 참여정부 지역균형발전정책의 공과에 대한 객관적이고 세심한 평가를 통해 지역균형발전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무엇보다도 지역균형발전정책의 정치화와 제로섬의 사고에서 벗어나야하며, 지역의 자생적이고 내생적인 발전이 지역균형발전정책의 목표가 되는 지방분권의 정신에도 부합한다. 현재까지 추진된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성과와 한계부터 엄밀하게 평가되어야 한다. 특히 정부는 남북교류의 확대에 맞추어 통일한반도라는 거대한 지역의 균형발전을 사고하는 원대한 그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기왕에 공공기관들을 이전시켜야 한다면 공공기관들을 모두 접경지역으로 이전시켜 통일을 준비하고 남북교류를 활성화하도록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

김은경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