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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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방송된 KBS '추적 60분'에서는 11년 전 울산 성민이 사건에서 수사기관이 무엇을 놓쳤는지, 왜 41만 명의 사람들이 '성민이 사건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는지 풀리지 않는 의혹들을 다시 검증해보고, '성민이 사건'이 남긴 과제를 들여다 봤다.
 
지난 7월,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한 아이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파헤쳐 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2007년 당시 '추적60분'이 집중 보도했던 울산 어린이집 사망 사건, 이른바 '성민이 사건'의 진실을 밝혀달라는 것이었다. 청원에 동참한 사람만 41만 명.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11년 전 사건을 잊지 못하고, 의혹을 제기하는 걸까?  

장 파열에 의한 복막염으로 사망한 23개월 성민이. 그런데 성민이가 사망하던 당시 현장에는 유일한 목격자가 있었다. 바로 24시간 어린이집에서 함께 생활하던 6살 형, 성진이다.

11년이 지나 고등학교 1학년이 된 성진이는 동생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1년 만에 최초로 입을 연 성진이는 그날의 기억에 대해 "악몽을 꿨죠, 정확히 초3, 2학기 때였어요. 어린 성민이가 나왔었어요. 그런데 얼굴이 좋지 않았어요. 많이 슬퍼보였어요"라고 말했다.

당시 원장 부부는 성민이의 사망원인을 피아노에서 떨어져 다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업무상 과실치사로 원장에게는 징역 1년 6월, 원장의 남편에겐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이라는 낮은 법적 처벌이 내려졌다.

하지만 청원자들은 성민이의 죽음에는 풀리지 않는 의혹이 많다고 주장한다. 성민이 몸에는 시기가 다른 멍과 상처가 있었으며, 사건 당일 원장 부부의 수상한 행적도 아동 학대 정황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2018년의 첨단 기술을 통해 본 성민이의 사망 원인은 무엇일까? 피아노 추락 및 컴퓨터 시뮬레이션 분석 그리고 각계 전문가의 도움을 구해 사망 원인과 원장 부부의 행적을 재구성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추적60분'에 뜻밖의 제보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원장 부부를 목격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 심지어 이들은 필리핀에서 다시 어린이집을 하려고 했다. 과연 이 제보는 사실인지, 이들은 성민이 죽음의 의혹에 대해 어떤 입장일지 '추적60분' 제작진은 필리핀 현지에서 직접 확인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외과 한석주 교수는 "한번 겪기도 힘든 그런 외상이, 시기가 다른 것이 한 어린애한테서 나타났을 때는 '누군가 계속해서 외상을 줬구나'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죠"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아동학대는 은밀한 공간에서 행해지는 특성상 상황의 목격자나 직접적 증거가 없다. 하지만 당시에는 유일한 목격자, 형 성진이의 진술이 있었다. 원장 부부가 자신과 동생 성민이를 때렸다는 것. 그러나 이 진술은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에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분리가 즉시 이루어지지 않으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가 어렵다. 초등단계에서 조사절차가 엉망진창이었다고 밖에는 생각이 안 돼요"라고 말했다. 홍지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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