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를 저지른 사립유치원 명단이 발표되면서 학부모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아이를 믿고 맡길 곳이 없다는 혼란과 불안감도 섞여 있다. 이는 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서 드러났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2013~2017년 5년간 감사한 결과 전국적으로 무려 5천 951건의 비리가 적발됐다. 일부 유치원을 선별해 감사한 결과라는 점에서 드러나지 않은 비리는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이며 박 의원은 추가 공개를 예고하고 있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비리 유치원에 대한 성토글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한 전직 유치원 교사는 자신이 근무하던 유치원에서도 비리가 많았는데도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비리 수법의 면면을 보면 고의성이 없는 단순 실수도 있지만 유치원이 교육기관인지를 의심케 하는 의도적이고 조직적인 범죄도 많다. 이번에 적발된 한 유치원 원장은 교비로 명품 핸드백을 사고, 노래방이나 숙박업소에서 사용하는 등 교육자로서 자격이 의심스러운 경우도 있었다. 교직원 복지 적립금이란 명목으로 개인계좌에 부당하게 적립한 악의적인 수법도 있었다. 게다가 교육업체와 손잡고 공급가보다 높은 대금을 지급하고 차액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교비를 빼돌린 전형적인 짬짜미 행태도 있었다. 업자와 손잡고 부정한 짓을 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속 보이는 일이다.

이렇게 교비를 빼돌리면 당연히 그 피해가 어디로 가겠는가. 당장 아이들이 먹는 급식이나 간식 등이 영양이나 양적인 면에서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가끔 뉴스에 오르내리는 부실한 급식이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교사들의 복지도 뒷전일 수밖에 없다. 안정된 환경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나 보육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학부모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적발된 유치원들이 다시는 유치원 운영을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격앙된 분위기다. 유치원 입학철이 다가오는 만큼 학부모들의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교비를 개인적인 명목으로 사용하거나 부당한 방법으로 쌈짓돈을 만드는 것은 교육기관 경영자로서 기본을 저버린 범죄 행위로 당연히 엄벌해야 한다. 그렇지만 전국적으로 모든 유치원들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박 의원의 이번 폭로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와 전문가 집단에서 반대 견해도 나오고 있는 점도 참고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교육과 보육 환경을 만드는 일이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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