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기준, 한국 가구수는 19,368(천가구) 이며, 주택수는 19,877(천호)이며, 주택보급률은 102.6 % 이다. 서울과 경기도는 100%가 안되지만, 나머지 광역 지자체들은 모두 100% 가 넘는다. 그럼에도 주요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왜 계속 오르고 있는지가 자못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경제학 전문가도 아니고,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도 전문가라고 할 수는 없지만, 높은 주택 보급률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상승하는 이유를 몇 가지 생각해본 적은 있다.

저금리로 인한 풍부한 부동자금과, 가구수 증가는 너무 당연한 말이다. 이외에 필자가 보는 가격 상승원인은 기술수준 향상으로 인한 주택의 상대적 질적수준의 악화이다. 어려운 말처럼 들리지만 단순하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에 이어진 부동산 활황기에 아파트 수준이 비약적으로 상승하였다. 아파트 브랜드가 런칭되고, 평면 개선과 외부공간 및 배치 등에 관한 신기술이 쏟아지던 시기였다. 지금도 이런 추세는 마찬가지이다. 최신 에어콘, 김치냉장고, 식기세척기 등은 다 갖추어져 있고, 발코니 확장을 통하여 실제 평수보다 더 넓은 혜택을 누릴수 있으며, 차량이 도착하면 알려주고 집에서 엘리베이터도 호출할 수 있다. 피트니스 클럽과 스크린 골프연습장, 물놀이 시설 및 어린이집, 도서관, 노인복지시설, 그리고 최근에는 조식dmf 제공하는 아파트도 등장하였다. 참으로 기발한 발상들이다. 개인, 가족, 공공의 역할까지 아파트 단지 자체에서 해결이 가능하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만, 세대수가 증가할수록 그 비용은 규모의 경제를 따라간다. 한 번이라도 이러한 아파트에 살아보거나, 경험한 가족은 수준이 낮은 아파트로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낡은 80년대 강남 3구 아파트가 아무리 리모델링을 한다고 해서 새로 재건축된 아파트 수준을 따라갈 수는 없다. 즉, 좋은 아파트가 별로 없다는 것이 아파트 가격의 상승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투기 수요가 합류하게 되면, 강남 신축 아파트 가격 상승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이 가격이 결국 낡은 아파트 가격을 다시 올리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된다. 또한 우리는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등록 외국인만 200만이 넘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과거 수요를 분산시켜 주던 외곽의 저렴 주택들은 더 이상 필터링 기능을 못하고 있으며, 외국인들의 몫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강남과 같은 지역에 아파트 공급을 재건축을 통하여 늘린다는 것도 한계가 있다. 자기 부담금 한 푼 내지도 않고 재건축이 가능한 강남3구의 아파트 세대수를 지나치게 늘려주면, 개발이익은 결국 조합에게 흡수될 것이며, 과밀로 인한 주거환경의 질적 하락을 불러온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 것보다 강남3구에는 아파트 단지가 그렇게 많지 않기에 재건축을 통한 공급 확대는 한계가 있다. 또한, 공공시설을 활용한 공급도 이미 전 정부의 행복주택이 주민 반대로 무산되는걸 보아왔기 때문에 실제 적용을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결국 3기 신도시 건설과 같이 공급책도 병행되어야 하는데, 2기 신도시 건설도 아직 완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3기 신도시를 서울과 가깝게 건설한다면, 2기 신도시들의 반대와 침체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또한 2기 신도시에서 제대로 갖추지 못한 광역철도와 같은 교통개선대책을 포함한다고 하는데, 이는 결국 3기 신도시의 광역교통개선 부담금으로 충당해야 할 것이며, 토지 보상비 부담과 더불어 조성비 상승이 문제가 될 것이다. 또한, 광역철도 구상은 예비타당성 조사라는 강력한 관문이 남아 있다. 미래 수요를 포함하는 B/C 분석의 편익을 추가하해야 하는데, 이는 결국 예비타당성 조사제도 개선이라는 또 하나의 걸림돌이 존재한다는 걸 의미한다.

부동산에 대하여 고민하지 않은 정부가 없으며, 욕을 얻어먹지 않은 정부가 없었다. 경제가 발전 하는 한, 가격 상승의 부작용은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며, 해결하기 위한 고민은 항상 있어왔다. 어려운 부동산 문제지만, 9.13대책도 시행되고 있고 공급책도 지속적으로 마련되고 있다. 다만, 앞으로 실제 시행에 있어서 정말 더 어려운 일들이 존재할 것이기 때문에 고생길이 훤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과 혜안을 다시 한 번 기대해 보고 싶다.

이훈 신한대 대학원 도시기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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