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 일본 심훈 교수의 新일본견문록

심훈 저 | 한울 |208페이지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만일’이라는 질문은 언제나 역사학자와 역사학도들을 흥분시킨다. 그렇다면 여기서 드는 궁금증 하나. ‘만일’ 약 2천년 전에 우리 민족이 일본에 정착하고 일본인들은 한국에 거주하기 시작했다면? 다시 말해, 지금의 땅덩어리를 바꿔서 두 민족이 2천년 동안 서로의 터전에서 살아왔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났을까? 지금의 한국인들은 일본 열도에서 벽돌집을 짓고 살며 명절 때는 한복을 입고 조상들에게 차례를 지내고 있을까? 또 일본인들은 한반도에서 나무 집을 올리고 기모노를 입은 채 신사에 들러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고 있을까?

모름지기 한 민족의 문화란 필연적으로 해당 지역의 지질과 기후, 지형과 토양으로부터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그리하여 자연 환경이라는 바탕지 위에서 의식주와 관련된 모든 문화들은 유기적인 붓질처럼 어우러져 비로소 하나의 완성된 그림을 우리 앞에 내놓는다.

지난 2014년에 발간된 ‘일본을 보면 한국이 보인다: 심훈 교수의 新일본견문록’의 후속 편에 해당하는 이 책에서는 일본의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을 둘러싸고 1권에서 미처 소개하지 못했던 내용들을 뒤이어 담아냈다. 덧붙이자면, 이 책은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의 기운이 어우러져 만물을 주관한다는 우리 조상들의 삼재(三才) 사상에 기반해 일본의 범상치 않은 하늘과 범상치 않은 땅, 그리고 범상치 않은 사람을 소개함으로써 역으로 우리 자신의 고유성을 돌아볼 수 있도록 돕는다. 이에 따라 1권 ‘일본을 보면 한국이 보인다’에서 하늘을 통해 태양과 바람, 비와 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면, 이번의 ‘역지사지 일본’에서는 벼락과 돌풍, 신화와 일기 예보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2권인 이번 책은 일본인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사실들을 중심으로 오늘날, 일본의 번영이 어떤 희생과 노력 위에 세워졌는지를 거론하고 있다.

1권과 2권을 통틀어 ‘신일본견문록’에서 일관되게 전달하고 있는 메시지는 ‘생존 투쟁’이다. 태풍과 홍수로부터 목숨을 건지기 위해, 지진과 쓰나미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사무라이들의 칼과 군부 정권의 폭정으로부터 생존하기 위해 ‘부끄러움’과 ‘죄책감’ 속에 질긴 삶을 끈끈하게 영위할 수밖에 없었던 일본인들의 역사를 담고 있다

백창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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