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의혹의 윤곽이 거의 드러나고 있다. 경찰이 휴대전화를 분석한 과정에서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이 학교 전 교무부장인 아버지가 쌍둥이 딸들에게 문제와 답을 알려준 정황이 포착되면서 쌍둥이 자매에게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 피의자로 입건하고 재조사도 진행 중이다. 아버지와 쌍둥이 자매는 여전히 강력하게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물증이 확보된 만큼 거의 사실이 되고 있다. 두 딸이 다니는 학교에서 시험문제와 정답을 검토하고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교무부장을 이 업무에서 배제하지 않은 전임 교장, 교감도 입건된 상태다.

쌍둥이 자매에 대한 조사는 매끄럽지 못한 상황이다. 자매 중 한 명이 1, 2차 조사 과정에서 호흡곤란을 호소해 의사소견이 담긴 진단서를 제출하고 병원에 입원해 있어서 조사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당연히 불안감과 죄의식 등으로 심리적 압박감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비뚤어진 부정이 자식을 망치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다. 경찰은 조사를 비공개로 전환하여 심리적으로 안정시킨 후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이번에 끝난 2학기 중간고사에서 쌍둥이 자매의 시험성적 결과 제출을 학교 측에 요청했다. 중간고사 성적을 참고해 조사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그것 외에도 갑작스런 성적 상승에 의심을 품을 소지는 많다. 쌍둥이 자매의 모의고사 성적과 내신 성적의 차이가 큰 점, 다니던 학원에서 수학의 레벨이 높지 않았다는 점 등도 시험문제 유출 의혹에 힘을 싣고 있다. 유출 정황이 하나씩 드러남에 따라 학부모들의 충격과 분노도 커지고 있다. 학부모들의 의구심은 다른 학교로도 번지고 있다. 광주에서도 시험지 유출 사건이 발생했었고, 엊그제 목포에서도 영어 시험지 일부가 유출된 일도 있었다. 드러나지 않은 사례도 있을 것이란 점에서 전반적인 고교 내신 관리에 불신이 팽배해져가고 있다.

내신 관리에 이렇게 구멍이 뚫렸다는 것은 이를 기반으로 하는 대입제도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한다. 내신 관리에 대한 불신이 교육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경우 해당 학교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입을 상처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무너진 교육정책에 대한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도 걱정스럽다. 부모와 자녀가 한 학교에 다닐 수 없도록 법제화하여 이런 사태를 원천봉쇄하고 학교는 시험지 관리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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