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과 2010년 국내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발사됐지만 두 차례 고배를 마셨다. 이후 3년이 지난 2013년 드디어 성공을 거뒀다. 지난 10년여의 실패와 성공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연구진들이 항공우주분야 연구에 몰두했기에 가능했다. 그 가운데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있다. 1989년 10월 설립된 국가 항공우주 전문연구기관인 항우연은 세 번째 나로호 발사가 성공을 거둔 지 5년여가 지난 오는 10월말, 한국형 시험발사체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고정환(52)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연구진들과 함께 그 과정을 준비하며 완성도를 높여나가고 있다.

―이달 말 항우연이 하나의 역사를 쓰게 됩니다. 바로 ‘누리호 시험발사체’ 발사인데요. 시험발사체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시험발사체는 ‘한국형발사체(누리호)’에 사용될 기본형 75t급 액체엔진 1기에 대해 실제 비행으로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단계로 보면 됩니다. 1단형 발사체로 실제 위성을 발사하는 발사체와는 다릅니다. 외국에서도 엔진시험은 지상 환경과 지상에서 고공의 조건을 갖춘 환경에서 지속적인 연소시험을 통해 성능과 신뢰도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독자 개발한 기본형 75t급 엔진을 실제 비행 환경에서 점검한다는 차원에서 시험발사를 계획하게 됐죠. 그동안 항우연이 지상에서도 시험발사체 성능을 확인했는데요. 이번 시험발사를 통해 75t급 액체엔진에 대한 비행 환경에서의 성능은 물론 추진제 공급계, 구조, 열공력, 전자 및 제어시스템 등의 기술도 점검할 계획입니다. ‘성공이냐 실패냐’라는 이분법적 결과 평가보다는 비행 시험 과정에서 발사체를 구성하는 여러 시스템들의 작동 성능을 판단하고, 필요시 보완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 더 의미를 둘 수 있습니다.”

―러시아, 미국, 중국 등 항공우주 분야에서 이미 앞서 나간 국가들이 많습니다. 그 가운데 누리호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우주발사체는 우주로 진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독자적인 우주발사체를 확보하지 못해 필요한 위성을 외국의 발사체를 이용해 발사해 왔죠. 누리호가 완성되면 우리만의 힘으로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고, 자력으로 우주탐사도 가능해집니다. 우주발사체는 국가안보 등 전략적 측면에서도 중요성이 매우 큰데요. 국가의 국력과도 직결되는 만큼 선진국들이 국가간 기술이전과 확산을 철저히 통제하는 분야입니다. 따라서 우주 운송 수단인 우주발사체 기술을 독자적으로 자립화하지 못하면 우주 선진국으로의 진입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죠. 특히 우주 개발이 민간 산업영역으로 확대되면서 우주 발사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선진국 위주로 화성 탐사 등 대형 우주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상황에 독자적 우주 운송 수단의 확보는 곧 미래 산업을 대비하는 일일뿐만 아니라 글로벌 우주 프로젝트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시험발사체는 누리호 개발의 중간점검과도 같은데요. 누리호와 시험발사체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독자 기술로 개발 중인 한국형발사체는 1.5t급 실용위성을 고도 600~800km의 저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 3단형 발사체입니다. 1단에는 75t급 엔진 4기, 2단에는 75t급 엔진 1기, 3단에는 7t급 액체엔진 1기로 구성돼 있죠. 반면 시험발사체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형발사체에 사용될 75t급 액체엔진 1기의 실제 비행으로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단계입니다. 누리호의 2단과 3단의 형상을 갖고 있습니다. 3단은 단순히 무게만을 갖는 1단형 발사체입니다. 시험발사체 발사 이후 75t급 액체엔진 4기를 묶는 기술을 개발하고, 1단과 3단 제작 및 시험 등 누리호의 최종적인 개발을 위한 절차를 수행하게 됩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 2021년 초 3단형 발사체인 누리호 발사가 예정돼 있습니다.”

―시험발사체 개발 과정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지난해부터 시험발사체를 위한 엔진과 추진기관시스템, 시험발사체용 체계모델시험을 마쳤습니다. 발사 전 가장 중요한 시험이라 할 수 있는 시험발사체 인증모델의 추진기관 종합연소시험도 마쳤고요. 이 시험은 실제 발사할 로켓과 동일한 모델을 지상 시험 장치에 고정시킨 상태로 엔진 연소성능, 발사체 방향제어 장치 등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테스트한 것입니다. 세 차례의 시험 결과 시험발사체 설계 성능이 모두 만족됐습니다. 이달 말 실제 발사하게 되는 비행용 모델은 지난 1월부터 조립에 착수해 현재 조립이 완료된 상태로 발사전 최종 점검 과정에 있습니다. 시험발사체는 발사 전 날 발사대로 이송돼 준비에 들어갑니다.”

―현재 우리나라 항공우주산업 분야는 어느 정도(수준)인가요.

“우리나라 우주개발은 선진국에 비해 30~40년 이상 늦은 1990년대 초반에야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늦은 출발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성장해왔다고 평가받고 있어요. 특히 위성개발 분야는 기술력 측면에서 세계 6~7위권으로 꼽혀 지구 저궤도 위성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도 볼 수 있죠. 저궤도 위성과 정지궤도 위성을 개발·운용하고 있습니다. 반면 위성 분야에 비해 발사체 분야는 부족한 상황입니다. 90년대 초반부터 과학로켓 개발에 나서면서 KSR-1호·2호·3호를 개발했습니다. 2002년부터 우주발사체 개발에 들어가 러사이와의 협력을 통해 나로호 발사에 성공을 했죠. 이를 통해 상당한 진전이 있었지만 우주발사체에 활용할 수 있는 핵심기술의 ‘완전한 자립’이 과제로 남았습니다. 2021년 누리호 발사에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우주기술 개발 자립국 대열에 합류하게 되는 의미를 갖습니다.”

―어떤 국가들이 우주발사체를 보유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또 그들이 연구개발을 시작한 계기(목표)와 주요 성과로는 무엇이 있나요.

“러시아, 우크라이나, 미국, 프랑스, 중국, 일본, 인도, 이스라엘 등이 우주발사체의 개발·생산·발사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각국의 발사체는 냉전 체제 경쟁의 산물로 등장했다고 볼 수 있죠. 이후 인공위성 등 우주 공간을 활용한 편익이 증가하면서 체제 경쟁을 넘어 국가 안보와 산업 발전, 과학 탐구 등을 위한 우주 수송수단으로써 활발히 쓰이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1957년 스푸트닉(Sputnik) 위성 발사로 세계 최초 위성발사에 성공했습니다. 지난 40년간 수천 기의 위성을 발사하며, 높은 신뢰를 바탕으로 상용 발사서비스 시장에서도 수익을 올리고 있죠. 미국은 1980년대 중반까지 상용 우주발사 서비스 시장을 주도했습니다. 이후 자국 발사 수요를 주로 충족하는 단계에만 머물다 이제는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춘 민간 발사 업체들이 생겨나 세계 발사체 시장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습니다. 유럽, 일본, 중국, 인도 등도 독자적 발사체를 가진 발사체 기술 강국으로써 미국 민간 기업들과 경쟁 구도 속에서 발사 비용을 낮춘 새로운 발사체를 개발 중입니다.”

―이미 발사체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국가들이 새로운 발사체를 개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유럽의 한 분석기관에 따르면 2006년에서 2015년까지 10년간 약 940기의 위성이 발사됐는데, 2016년부터 2025년까지 10년 사이에는 1천477기의 위성발사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역시 지속적으로 다양한 위성발사를 추진할 계획이고요. 증가하는 우주발사 수요에 대응해 각국은 저비용·고효율 발사체를 개발하고 민간기업을 육성, 상업발사 시장으로의 진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SpaceX, Oribital Science), 러시아(후르니체프), 일본(미쯔비시), 유럽(Arianespace)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발사 서비스가 민영화 단계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Ariane-6(유럽), 장정-5호(중국), H-III(일본) 등 발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신규 발사체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 위성발사체인 나로호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2009년과 2010년 두 차례 실폐 후 2013년 발사에 성공했는데요, 당시 분위기는 어땠나요.

“나로호는 러시아와의 국제협력을 통해 개발된 국내 최초 우주발사체입니다. 2009년 첫 번째 발사 시도를 했으나 한국에서 개발을 담당한 페어링(위성보호덮개) 한 쪽이 분리되지 않아 실패했습니다. 2010년 두 번째 발사는 비행 중 이상현상으로 조기에 비행이 종료돼 실패했죠. 첫 번째 실패는 성공적인 위성궤도 투입에 거의 도달했었기 때문에 연구원들의 아쉬움이 컸어요. 100개 중 99개를 잘 해도 단 하나가 잘못되면 실패한다는 우주발사체 개발의 엄중함을 깨닫는 기회였다고 봅니다. 두 번째 실패는 원인 파악조차 쉽지 않아 연구원들의 상실감이 매우 컸어요. ‘우주로 가는 길이 이렇게 험난하구나’ 싶었죠. 거듭된 실패에도 온 국민들께서 보내주신 아낌없는 성원에 힘입어 마침내 (세 번째 발사를) 성공시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환경적으로 어려움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공우주 개발을 놓을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항공우주 기술은 대표적인 민·군 겸용 기술로 국가의 성장과 안전, 미래를 지키는 전략 분야입니다. 세계 각국은 항공우주 기술의 확산과 이전을 강력히 통제·보호하는 한편, 기술과 시장 선도를 위해 지속 투자를 하고 있죠.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실패 위험이 크지만, 기술 개발과 시장 진출에 성공하면 경제 발전을 견인하고 국가 위상을 강화하는 강력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분야기도 합니다. 독자 우주발사체를 가진 나라들은 오래도록 많은 비용을 투자했을 뿐 아니라 수차례 뼈아픈 실패를 경험해왔습니다. 우리나라 산업기술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지만 우주발사체 개발은 역시나 도전적인 과제입니다.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보면 발사체 개발에 10년이란 시간은 긴 시간이 아닙니다. 후발주자 국가로써 목표한 기간과 사업일정을 달성하는 것 못지 않게 완전한 기술의 확보와 숙성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형발사체를 통해 확보된 기술을 개선해 나가면서 소형 위성발사체와 정지궤도 위성 발사체를 개발할 계획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달 말(25일 예정) 진행될 한국형시험발사체를 시작으로 우리나라 항공우주산업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오정인기자/jioh@joongboo.com 사진=백동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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