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세종교육청 실명 방침과 대조…학부모들 "공개해 비리 발본색원"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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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의 만연한 비리가 드러나며 학부모 분노가 들끓고 있지만, 교육부와 전국 대부분의 교육청은 '비리 유치원'의 실명 공개를 꺼리고 있다. 

교육당국은 "관련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이유를 대고 있으나 "비리를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국민 정서를 외면한 판단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실명 공개를 꺼리는 교육부와 대다수 시·도교육청의 미온적인 태도는 오래전부터 실명을 적시해온 울산시교육청이나 세종시교육청과도 대조된다.

16일 연합뉴스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비리 유치원' 실명 공개 여부를 확인한 결과 경남과 대구, 충남, 경기 등 대부분이 감사 결과를 비실명으로 처리하고 있다.

이들 교육청은 감사에 적발된 내용과 처분 결과 등은 홈페이지에 개략적으로 올리지만 비리 유치원의 이름이나 원장 또는 원감 성명은 숨기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의 폭로 이후에도 '공개 불가' 입장은 변하지 않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반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충남도교육청과 부산시교육청 등은 "비리 유치원과 당사자 이름 등 개인정보보호법 상 공개가 어려운 부분은 할 수 없다"고 밝혔으며, 대구시교육청은 "감사 결과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하지만 이름까지는 할 수 없게 돼 있다"며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경남도교육청은 "사립은 원칙적으로 개인이 운영하고 있고, 감사 결과에 따른 처분자도 개인"이라며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답변했으며, 전북도교육청은 "감사에 적발됐다고 하면 경중을 따지지 않고 비리 유치원으로 낙인찍어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고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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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판단에 따르겠다'며 눈치 보기에 급급한 모습도 보인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교육부의 방침을 전달받지 못했다"면서 "내부 논의와 교육부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발을 뺐다.

광주시교육청도 "교육부 지침이 정해지는 대로 입장을 정하겠다"며 책임을 떠넘겼고, 대전시교육청은 "통일성이 있어야 하는 만큼 교육부와 다른 교육청들의 결정을 보면서 정하겠다"고 조심스러워했다.

하지만 울산시교육청은 2014년부터 유치원 실명을 공개하고 있다.

2016년 말에 사립유치원의 운영실태를 감사한 결과도 현재 울산시교육청 홈페이지에 지적 내용, 처분 결과를 실명과 함께 올려놨다. 

적발된 유치원의 원장이나 원감도 이름은 제외하지만, 성까지는 과감히 공개하고 있다.

세종시교육청도 적발 내용을 실명과 함께 모두 알리고 있다.

세종시교육청은 "공공감사법에 따라 감사 결과는 공개가 원칙"이라며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세종시교육청 관계자는 "정보공개법에 따른 비공개 대상을 제외하고는 공개하게 돼 있다"며 "기관명은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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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반대' 사립유치원 관계자들과 이야기하는 박용진 의원. 사진=연합뉴스

교육부도 실명 공개는 원칙적으로 교육청이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부모 불안이 큰 만큼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교육청들과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면서도 "사립과 국공립 유치원에 대한 1차 지도·감독 권한은 교육감이 갖고 있어 (감사 결과) 공개 여부도 교육감이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에 학부모들은 실명 공개를 촉구하고 있다.

사립유치원에 2명의 아이를 보내고 있다는 박모(40)씨는 "실명을 공개해야 엄마들이 비리 유치원을 피해 아이들을 맡길 수 있지 않겠느냐"며 "비리를 발본색원하기 위해 교육청들이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부모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인 '맘카페'의 한 회원은 "정부가 나서서 사립이든 공립이든 일괄적인 감시 체제를 갖춰야 한다"며 "표준화한 시스템으로 감시하게 되면 (아이를) 보낼 때 안심할 수 있고 어디에 보낼지 결정하는 데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카페의 또 다른 회원은 "일반 기업들도 감사 시스템이 철저한데, 유치원은 많은 돈이 오가는데도 감시할 시스템이 전혀 없다"며 "정부 차원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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