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들 평균 1일 14만원 요구… 요금 오르면 되려 승객들 줄어
하루 16시간 일해도 못채울때도

“택시요금이 오르면 사납금이 오를 가능성은 100%야. 지금도 하루 꼬박 16시간을 일하면서 사납금을 못 채우는데 여기서 또 오를 걸 생각하면 밥이 넘어가질 않아.”

인천에서 2년 넘게 택시기사 생활을 하고 있는 이모(62) 씨는 택시요금 인상이 두렵다.

택시요금과 함께 매일 회사에 납부해야 하는 사납금도 뛰어오를 것이 분명하기 때문.

수도권 지역 택시요금이 들썩이는 가운데 인천시도 택시요금 인상안을 검토하기 시작하면서 인천지역 택시기사들은 미리부터 울상이다.

요금이 오르면 사납금도 오르지만 반대로 승객은 줄어들 것이 걱정돼서다.

6개월~1년간 사납금을 동결하는 등 완충 조치를 마련한 서울시, 경기도와 달리 인천시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어 택시기사들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택시기사 이모(55) 씨는 “택시요금이 한 번 오르면 5~6개월은 손님이 뚝 끊긴다”며 “줄어드는 매출에도 사납금은 늘어나 수입이 줄어드는 구조”라고 푸념했다.

현재 택시업체들은 기사에게 택시를 대여해주는 명목으로 평균 14만 원의 하루 사납금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택시 1대 승객 수는 하루 평균 25~45명 선으로, 기본요금 3천 원을 감안, 45명을 태워도 벌어들이는 수입은 13만5천 원이라 사납금 채우기에도 버거운 수준이다.

이렇다보니 택시기사들은 하루 16시간 가량을 근무해 사납금을 넘기고 채우지 못한 금액은 사비로 보충하는 실정이다.

이런 처지에서 택시요금이 오르면 사납금 역시 인상분의 40%까지 오르게 돼 요금 1천 원당 사납금은 하루 승객 25명 기준 1만 원 가량 늘어나는 셈이다.

그렇게 되면 최소 3~4명의 승객을 더 태워야 하지만 승객은 더욱 줄면서 악순환이 이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치솟는 사납금을 견디지 못하고 거리에 나앉는 택시기사도 속출할 전망이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인천본부에 따르면 요금이 올라가면서 운전대를 놓는 택시기사는 약 15%로, 한달 평균 5~6명에 달한다.

실제 택시기사 김모(57) 씨는 “2013년 택시요금 인상될 때 사납금도 함께 늘면서 생활비조차 벌기 어려워져 이직을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업체들은 사납금 인상폭과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입장 내놨다.

한 택시업체 관계자는 “최근 카드 결제 비율이 늘고 부가세를 감면받으면서 기사들의 성과급도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사납금을 아예 동결할 순 없겠지만 요금 인상 추이를 3개월 가량 지켜보고 노동조합과 협의해 조금만 인상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조윤진기자/koala0624@joongboo.com

사진=연합(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연합(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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