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WB)이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한국의 어린이·청소년들의 인적자본지수(HCI)가 세계 157개 국가 중 2위로 나타난 것이다. 인적자본지수는 오늘 태어난 아이의 18세까지의 미래 생산성을 나타내는 지수다. 1위는 싱가포르였고, 일본이 3위, 그리고 영국, 미국 이 각각 15위, 24위를 기록했다. 이 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18세까지 어린이·청소년 세대의 경쟁력이 세계 주요 국가의 어린이·청소년 세대보다 더 높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서 선진 국가를 제치고 세계 2위라는 높은 결과가 나왔는지 주요 측정 요소를 보면 이해가 된다.

이번에 인적자본지수를 측정한 요소는 학교 교육부문과 의료·보건 부문이다. 세부적으로 측정 지표를 보면 5세까지의 아동 생존율, 학업 예상 기간과 학업 성취도, 60세까지의 성인 생존율, 5세 이하 아동의 발달 정도 등이다. 우리나라는 5세까지 아동생존율 부문에서 만점을 받았다. 5세 이하 아동 발달 정도 부분에서는 98%가 성장을 저해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세 청소년이 60세까지 살 확률을 나타내는 성인생존율도 94%를 기록해 상위권이다. 의료·복지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 것에 비춰보면 공감이 된다.

세계 2위의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은 교육 분야이다. 학업성취도 부문에서 625점 만점에서 563점을 기록했고 실제 학업 기간은 12.2년을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이 압도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이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이 인적자원이고 교육열 또한 높아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이끄는 힘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나친 입시 위주 교육으로 인해 창의력과 개성이 무시되면서 성인이 된 이후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 점은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세계 2위의 어린이·청소년 인적자원을 건강하게 잘 키우고 교육시켜 성인이 되었을 때도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한 인재로 키워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어린이·청소년기의 우수 인적자원이 성인이 되어 그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구조는 우리 교육의 방향과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최근 시험지 유출이나 학교폭력 등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학교 안팎의 사건을 보더라도 우리 교육이 크게 달라져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세계 2위라는 수치에 마냥 기뻐할 일은 아니며 어린이·청소년이 세계 최고 수준의 인적자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모든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제를 던져 준 것이다.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