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고공행진하는 기름값을 잡기 위해 10년 만에 유류세 인하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어쩐지 개운치가 않다. 우선 그 폭이 너무 적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 알려졌다시피 얼마전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IMF·WB 연차총회가 열리고 있는 인도네시아 발리 웨스틴 호텔에서 기재부 동행기자단과 간담회를 통해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하는 문제를 검토 중이며 관련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는 얘기를 꺼냈다. 김 총리의 이러한 발언 뒤에는 유가가 80불을 넘었기 때문에 특히 영세소상공인, 중소기업, 서민에 압박이 될 수 있다는 이유가 강해 보였고 그 유류세 인하를 통해 어려움을 해소해주고 가처분 소득을 조금 늘려 경제 활력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해서다.

이러한 기름값 인하는 일시적이지만 2008년 이후 10년 만의 일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3월10일부터 12월31일까지 약 10개월간 한시적으로 휘발유·경유·LPG 부탄에 대한 유류세를 10% 인하한 것으로 기억된다. 알다시피 이런 유류세는 기름값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휘발유와 경유에 부과되며 대표적인 세목은 교통·에너지·환경세인 교통세다. 액화석유가스 부탄은 교통세 대신 개별소비세를 적용한다. 여기에 각각 붙는 주행세와 교육세가 유류세를 구성하는 탓이다. 소비자인 국민들의 일상적인 불만이 없을 수가 없다. 유류세는 탄력세율 대상이고 정부는 경기조절과 가격안정, 수급조정 등에 필요할 경우 기본세율의 30% 범위에서 시행령으로 탄력세율을 조정할 수 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그래서 김 부총리가 유류세는 기본세율에서 탄력세율 ±30%가 적용되는데 이건 행정부 조치만으로 가능하며 검토를 마치고 연내 시작하게 될 것이란 말을 했는지도 모른다. 과거 이명박정권은 보란 듯이 유류세를 한시적이지만 내려 국민에게 선심을 썼다. 생각해 볼 때 2011년 국제유가가 140달러일 때 ℓ당 2000원 정도였는데, 80∼90달러인 지금도 1800∼1900원인 것은 정말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보인다. 하지만 뻔한 것이 50%가 넘는 세금을 모르는체 놔두고 기름 만드는 기업만 탓하기가 어렵다. 부가가치세 10%마저 붙어 유가가 급등하든, 급락하든 같은 유류세다.

웬만한 집이면 자동차 한 대쯤은 보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치품이 아니라 생필품이 된지 오래라는 뜻이다. 인구는 줄어도 자동차는 늘어나고 있어서다. 징수 4위 세목인 유류세를 이제 손 볼 때가 됐다. 유가와 무관하게 국고나 채워줄 세금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오랜 경제침체로 놀란 정부가 자진해서 유류세를 깎아준다는 것까지는 좋지만 한시적 찔끔 인하에 그 폭이 너무 적어 체감하기가 어렵다. 지난 그 무더운 시간에 전기료 깎아줄 때의 기억이 새롭다. 이번에도 구조적 문제 해결에 관심이 없고 그저 국민들 기분 맞추기에 정조준된 듯 하다. 시원하게 내리든가 아니면 국고나 쌓아 가든가 할 기름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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