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선언 한 달 반 만에 복귀한 프로축구 K리그1(1부리그) 수원 삼성 서정원 감독은 “선수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주고 싶은 마음에 용기를 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서정원 감독은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KEB 하나은행 대한축구협회(FA)컵 8강 제주 유나이티드와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복귀까지 과정과 현재 심정을 밝혔다.

그는 팀을 떠났던 이유에 관해 “자녀들에게 비난의 화살이 몰렸기 때문”이라며 “아버지로서 참을 수 없어 그런 행동을 했다. 돌이켜보면 잘못된 행동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팀이 힘든 상황에서 사퇴했다는 점이 계속 마음에 걸리더라”라고 덧붙였다.

이어 “심적으로 힘들었다. 유럽에서 마음을 추스르고 있었는데, 구단주께서 계속 복귀를 요청하시고 선수들도 연락을 취해와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떠난 뒤 수원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면 복귀 결심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최선을 다해 유종의 미를 거두고 아름답게 이별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정원 감독은 지난 8월 부진한 팀 성적에 책임을 지겠다며 구단에 사퇴 의사를밝혔다.

당시 수원은 러시아월드컵 휴식기 이후 5승 2무 5패로 기대치를 밑도는 성적을 내고 있었다.

수원은 서정원 감독이 떠난 뒤에도 반등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정원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수원의 FA컵 8강,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을 앞둔 팀에 힘을 보태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는 지난 15일 체류 중이던 독일에서 귀국했다.

그리고 이날 열린 제주와 FA컵 8강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서정원 감독은 “독일로 떠나기 전 염기훈, 신화용 등 베테랑 선수들은 집까지 찾아와 사퇴를 만류하기도 했는데, 이런 선수들의 요청에 마음이 많이 흔들렸던 게 사실”이라며 “오로지 선수들을 바라보고 귀국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올 시즌까지만 수원의 지휘봉을 잡겠다. 좋은 마무리를 하겠다는 게 유일한 목표”라고 말했다.

서 감독은 “올 시즌이 끝나면 수원이 새 감독을 선임해서 팬들의 눈높이에 맞는성적을 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인터뷰 내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복귀까지 얼마나 많이 고민했고, 결정과정이 힘겨웠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서 감독은 ‘시차 적응은 했나’라는 질문에 “한국에 돌아온 뒤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며 “오늘 경기는 기존 코치진이 준비한 대로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장을 찾은 수원 팬들은 경기 전 서정원 감독의 이름을 연호하며 복귀를 환영했다. 연합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