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딜레마에 빠졌다. 이번에는 아예 작심한 듯 거친 얘기를 하고 있을 정도다. 어제는 ‘바른미래당 의원 11명이 자유한국당으로 갈 것이란 소문이 여의도에 돈다’는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발언과 관련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고 15일에는 보수통합론에 흔들리며 자유한국당이 쇄신도 없이 바른미래당과 통합하자는 것은 막말로 웃기는 얘기라고 말했을 정도다. 그 웃기는 얘기가 계속되는 것이 문제다. 어쩌면 이러한 손 대표의 이면에는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전날 ‘보수 통합 논의를 위해 바른미래당과 만날 수 있다’고 한 것을 반박하면서 야권 재편 주도권 싸움에 좀 더 유리한 고지에 서기 위한 것으로도 보인다.

물론 생각하기 따라 이런 손 대표의 강성발언이 단순히 보수 통합론 대두에 따른 당내 동요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당장 쏟아지는 여러 우려에 입막음용이라는 해석도 없지 않다. 우리는 손 대표의 최근 이러한 모습을 보며 한동안 강진에 묻혀 지내던 그의 조용했던 시간들을 생각하고 있다. 아예 정치와는 단절하고 살 것 같았던 과거의 시간들과 비교하면 그의 지금에 모습은 현실이 주는 여러 괴리감에 그저 포효하는 ‘올드보이’에 가까워 보인다. 실제로 한국당이 바른미래당 의원 영입을 시도한다는 얘기가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그는 격앙된 목소리를 들려줬다.

“갈 사람은 가라”는 말을 무려 다섯 번이나 반복했다는 얘기다. 아무리 당 안에 개혁 보수를 할 사람은 많고 자신들이 중심을 잡을 수 있다지만 얘기의 끝이 이렇게 무너질 듯 보이면 결과가 걱정될 정도다. 알다시피 정치는 실물이고 현실이다. 통합 가능성에 대해 한국당이 쇄신도 없이 통합하자는 것은 막말로 웃기는 얘기라는 것까지는 그렇지만 바른미래당을 흔들어 놓을 지난 친 강성발언은 자칫 더 큰 화를 불러 올 수도 있다. 한국당에 대해서도 다음 총선에서 없어질 정당이며 촛불 혁명의 청산 대상이자 적폐 청산 대상이고 수구 정당이라고 강하게 비판해도 자신이 속한 당의 정체성을 제대로 얘기한 적이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통합에 관한한 어차피 세가 약한 쪽이 큰 쪽으로 향하게 되어있다. 그 과정에서 아무리 이념싸움이 치열해도 지금의 한국당과 비교하면 바른미래당은 의석수나 여러 면에서 선도할 능력이 커 보이지 못해서다. 당내 동요를 남의 집 살림의 참견으로 피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실제로 미래당 원외 인사들은 통합전당대회 얘기가 나오자 위원장 신청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안에서는 야당들이 사안에 따라 단일 대오를 형성할 필요도 있다는 생각으로 통합이 아니라도 연대도 무조건 안 된다는 손 대표의 발상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다는 소식이다. 쉬운 얘기를 어렵게 하는 재주를 가졌다는 말을 듣는 손 대표다. 복잡한 속내를 다 드러내기는 어려워도 야당의 전열을 정비하는 차원에서라도 응할 것은 응해야 하는 숙제를 지금 그는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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