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로 과천시장에 취임한지 100일이 지났다. 각종 행사와 업무보고에 정말 숨가쁘게 보낸 시간이었다.

선거 과정에서 새로운 과천을 강조하긴 했어도 막상 시장에 취임한 뒤 과천시가 당면하고 있는 엄청난 숙제를 접하고 앞으로 할 일을 생각하니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이제 갓 백일이 지난 시장으로서 두렵기도 하지만 과천시민들이 제게 보내준 기대를 생각하면서 어깨를 펴고자 한다.

지난 1986년 시로 승격된 과천은 행정도시로서 출발해 도시계획, 재정기반, 인프라 등에서 양호한 도시기반을 가지고 출발할 수 있었다.

그동안 가장 살기 좋은 도시라는 평판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덕택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과천의 기초생활시설은 전국의 기초단체 가운데 80위권 밖이었다.

가장 살기 좋다고 알려진 과천의 기초 생활SOC는 막상 전국에서 중위권에서 불과하다는 게 현실이다.

더 이상 행정도시로 부르기 어렵게 되었고, 건물은 낡았다. 따라서 지금 과천은 변화해야 할 시점이다. 정확하게는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다.

도시의 위상, 외관, 생활여건 등 모든 면에서 변화가 불가피하다.

일단 시장으로서 사람과 자연 그리고 문화가 어우러지는, 시민이 만들어가는 행복도시라는 큰 지향점을 시정 목표로 설정했다.

하지만 이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나갈지 아직 확실한 그림을 갖고 있지는 않다. 갈 길이 멀고 험하다는 막연한 느낌만을 갖고 있을 뿐이다.

또한 중앙정부와 맞닥뜨릴 때 작은 도시로서의 과천시가 너무도 약한 존재임을 절감하기도 했다.

현 시점에서 과천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성장동력 확보와 자족기능 확충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행정도시로서 자리매김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서울의 베드타운으로 머무르면서 스스로 혼자 설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해선 도시의 미래가 없다는 점을 절감했다.

물론 2020년 이후 2기 재건축사업이 완성돼 시민들이 돌아오고, 현재 사업이 한창 진행중인 과천 지식 정보타운이 완성되면 과천시는 예전의 활기를 어느 정도 되찾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많이 부족하다. 현재 진행중인 지식정보타운과 뉴스테이 사업 모두 중앙정부 주도로 이뤄진 결과 과천시가 원하는 방향과는 다소 차이가 있고 과천 시민들에게 돌아올 혜택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공공택지 공급계획이 발표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과천의 미래는 과천 스스로 그려야 한다는 점을 절감했다.

스스로 찾지 못하면 남이 빼앗아 간다는 걸 깨달았다.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하고 그 첫 번째는 자족기능과 성장 동력을 갖추는 일이라고 감히 단언한다.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주택공급대상 택지에 과천이 포함된 결과 과천 스스로 도시비전을 구현할 수 있는 곳이 얼마 남아있지 않다.

과천으로선 지금이라도 남아 있는 지역을 살려자족기능을 갖추고 과천다움을 살리는 지역으로 만들고 싶다.

이곳마저 과천의 의지와 무관하게 개발돼 자족기능을 갖추지 못할 경우 과천은 더 이상 미래를 꿈 꿀 수 없는, 죽어가는 도시가 되고 말 것이다.

물론 어떤 자족기능을 갖춰야 할지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 복합문화관광단지도 청사진이 확정되지는 않았다.

이제부터 어떤 기능이 필요한 건지, 어떤 시설이 가능한 건지 찾아야 한다. 과천에 어울리고 지속가능한 시설이라면 다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종합병원과 대학 유치 등 모든 대안을 염두에두고 있다는 것만 지금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자족기능을 갖춤에 있어 과천다움을 잃지 않을 것이다. 과천다움을 잃을 경우 어떠한 개발도 의미가 없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과천이 사람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도시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러한 일이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은 잘 알고 있다. 과천시 스스로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함은 물론 중앙정부, 광역지자체 등과 협력 체제를 구축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행복도시’라는 시정 구호가 말해주듯 힘들더라도 새로운 과천을 그리는 일을 시민들과 함께 하고자 한다.

지난 9월에 열린 과천축제를 통해 시민들이 기획하고 시민들이 주인 되는 방식을 약간이나마 선보였다고 나름 자평한다.

김종천 과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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