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학박물관(남양주시 조안면 위치)은 경기천년을 맞아 특별기획전 ‘택리지, 삶을 모아 팔도를 잇다’를 내년 2월28일까지 개최한다.

박물관은 경기도의 “과거의 천년”과 “현재”, 그리고 “미래의 천년”을 기약하며 천년의 역사 공간을 조명해보기 위해 특별기획전을 준비했다.

청담(淸潭) 이중환(李重煥, 1690∼1756)은 조선시대의 신분제 질서 속에서 사민(四民)의 평등을 주장한 실학자였다. 그는 30여년에 걸쳐 전국을 답사한 경험을 토대로 최초의 인문지리서인 ‘택리지(擇里志)’를 집필했다. 택리지는 이름 그대로 살만한 곳(里)을 가리는 방법(擇)을 전한 책이다. 국가가 국토지리에 대한 지식을 독점하던 시대, 개인이 자신의 관점으로 지리를 논했다는 점에서 택리지의 서술은 매우 획기적이다. 이중환은 지리를 기반으로 조선 팔도의 정치와 역사, 문화 등을 다양한 관점에서 논했다. 당시에도 그 내용은 매우 선구적이었고 이후에도 이를 능가하는 저술은 나오지 않아 독보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

관직에서 배제돼 몰락한 사대부 이중환은 ‘어디에서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직접 견문해서 얻은 정보를 종합해 해답을 제시했다. 그가 제시한 살만한 곳을 선택한 4가지 기준인 ‘지리(地理), 산수(山水), 인심(人心), 생리(生利)’는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특별기획전에서는 다년간에 걸친 실학관련 유물의 연구 성과를 집약해 보여준다. 2012년부터 ‘정본 택리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온 안대회(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장) 교수팀은 200여 종이 넘는 이본(異本)을 조사해 그중 23종을 선별하고 일일이 교감작업을 진행했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유물은 ‘이중환의 친필 편지’ ‘이중환 교지’와 ‘팔역지(八域誌)’ ‘택리지(擇里志)’ 등 총 6종의 ‘택리지’ 초간본들이다. 특히 택리지는 집필 후 다양한 이칭의 수많은 필사본들을 탄생시키며 베스트셀러로 계승됐다.

전시연출에는 하준수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영상디자인학과 교수와 하태웅 작가(드론영상)가 참여해 팔도는 우리 민족의 삶이 묻어 있기에 특별한 장소가 된다는 내용의 영상과 택리지의 현대적 계승을 나타내기 위해한 경기옛길 사업을 영상으로 담아냈다. 하태웅 작가는 과거 선조들이 삶의 터전을 애정 어린 장소로 바라보았듯 작가의 고향인 양평의 계절별 정감을 아름다운 드론 영상으로 표현했다.

장덕호 관장은 “택리지가 기록한 경기도를 비롯, 팔도의 공간을 도민들뿐만 아니라 전 국민들에게 일상적인 삶이 담긴 장소를 특별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동성기자/estar@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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