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가장 많았던 경기도...기지촌 할머니들 실태조사 조차 이뤄지지 않아

한 때는 ‘산업역군’이자 ‘민간외교관’이었지만, 지금은 드러내지 않고 싶은 역사 속 ‘치부’.

냉전시대의 마지막 산물로 남아있는 기지촌 미군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다.

법원은 기지촌 미군위안부 국가배상청구소송에서 이들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인정했지만,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과 달리 기지촌 할머니들에 대한 보상 및 지원 근거는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미군기지가 가장 많이 배치됐던 경기도의 경우 기지촌 할머니들에 대한 최소한의 실태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실정이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 19일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이같은 현상을 꼬집었다.

이 의원은 “국가가 기지촌을 관리해서 성매매를 조장했고, 위법 격리 등에 대해 (법원은)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했다”면서 “기지촌은 경기도를 중심으로 있었던 아픈 역사다.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개인으로서도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이라며 “대한민국이 국민을 지키지 못해 생긴 문제다. 기록과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일부분 동의했다.

하지만 조례 등 기지촌 할머니들에 대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 법적근거 마련에는 부정적인 견해를 내놨다.

이 지사는 조례 제정에 대한 노력을 촉구하는 이 의원의 질의에 “조례 제정에는 권한 문제가 있다”면서 “개인에게 특별한 금전적 이익을 주려면 상위법이 없을시 조례에 의해 줘도 선거법 위반이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복지시설이나 우회적으로 생활환경을 개선해주는 것은 가능하다. 현행법 안에서 가능한 실태조사와 시설지원 등을 적극 검토하겠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기지촌 할머니 지원을 위한 조례 제정 시도가 이뤄진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지난 8대와 9대 경기도의회에서 관련 조례가 발의된 바 있지만, 상위법이 없다는 경기도의 반대로 상정조차 되지 못한채 자동폐기된 바 있다.

9대 도의회서 조례를 발의했었던 박옥분 여성가족교육협력위원장(민주당·수원2)은 올해 안에 다시 조례를 발의할 계획을 밝혔지만 상위법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상정 가능성은 미지수다.

도 관계자는 “조례 제정에 앞서 실태조사 등을 해야 하는데 어떤 분을 피해자로 정의 내려야 할 지 합의된 내용이 없는 상태”라며 “실태조사를 하더라도 누구를 대상으로 할 지 전반적인 재확인 등 사전조사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황영민기자/hym@joongboo.com

사진=연합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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